최호경기자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에 시달리던 북촌 한옥마을이 모처럼 평온을 찾았다는 소식이 연일 언론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오고 있다. 오버투어리즘은 우리말로 '과잉 관광'이라고 한다. 관광지가 수용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선 관광객의 방문으로 소음, 쓰레기 문제 등이 발생해 그 지역 주민들이 불편과 고통을 호소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지난해 북촌을 찾은 방문객은 660만여명이다. 북촌 한옥마을 주민 6000여명의 110배에 달한다.
'지속가능한 관광(Sustainable Tourism)'이란 개념이 오버투어리즘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속가능한 관광은 관광객과 지역 공동체의 요구를 충족하며 현재와 미래의 경제·사회·환경적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는 관광을 말한다. 주민의 생활과 고용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본래의 모습을 체험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지역 주민의 생활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을 '레지던스 퍼스트(Residence First)'라고 한다. 레지던스 퍼스트를 준수하고 관광객을 받아들이기 위한 지속가능한 관광 3가지 요소는 이해·분산·억제 등 3가지다. 이 요소들을 통해 지역 공동체와 관광객, 관광업계 등 3자가 모두 만족할 만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레지던스 퍼스트를 통해 지속가능한 관광을 추구한 대표적인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 역시 코로나19 유행이 끝난 뒤 오버투어리즘으로 피해를 보았다. 엔화 약세로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이전보다 늘어난 탓이다. 2024년 1분기 일본의 외국인 입국자 수는 855만명이다.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6.3% 증가한 수치다. 올해 예상 외국인 입국자 수는 지난해보다 28% 증가한 3200만명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주요 관광지역 주민들은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았다. 그 예로, 후지산 인증샷 성지로 알려진 야마나시현의 한 편의점에는 관광객의 쓰레기 무단 투기가 자주 발생했다. 교토역-기요미즈데라 노선은 관광객으로 가득 차 해당 지역 주민들은 교통편을 이용하기 어려웠다.
일본 기후현 마을인 시라카와무라는 3가지 요소 중 '이해'를 바탕으로 오버투어리즘 대책을 내놓았다. '시라카와고 관광&매너북 2023'을 제작해 관광객이 실천하는 5가지 관광 매너를 안내했다. 관광객도 책임 의식을 가지고 여행하는 '리스폰서블 투어리즘(Responsible Tourism)'을 테마로 한 지역 관광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영어, 중국어 등 5가지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교토시의 경우 시기와 시간, 장소 3가지를 기준으로 관광객 '분산' 대책을 마련했다. 특정 장소에 관광객이 집중돼 지역 주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하는 불편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비수기인 여름과 겨울의 교토를 알리기 위해 비공개 문화재를 특별히 공개하는 등 교토의 '여름 여행'과 '겨울 여행'이란 이름의 테마로 캠페인을 펼쳤다. 시간과 장소가 각기 다른 이벤트 정보를 제공해 관광객들을 분산시키는 데 초점을 뒀다.
오키나와현의 섬인 이리오모테지마는 하루 방문자 수를 1200명으로 제한했다. 이리오모테삵을 비롯한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오버투어리즘 피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섬 내 차량 주행속도는 시속 40km 이하로 규제했다.
현재 북촌 한옥마을에서 시범 운영 중인 오버투어리즘 대책은 '억제'라고 할 수 있다. 북촌한옥마을 일대는 지난 7월 전국 최초로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이 지역 내 레드존 구역(북촌로11길)은 통행 시간이 제한된다. 주민이 아닌 관광객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통행이 가능하다. 노란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들은 '조용히 해주세요'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골목을 지키고 있다.
이 정책에 대해 주민과 상인의 입장은 엇갈렸다. 지역 주민들은 보다 쾌적한 주거 환경 조성에 환영하는 뜻을 밝혔다. 반면, 지역 상인들 사이에서는 매출 제한으로 손해를 입어 행정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도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