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치인 길고양이 신고했더니 용역업체 직원이 죽였어요'

"차에 치인 고양이 구조해달라" 민원 접수
"병원 도착 전 죽을 것 같아서" 항변
구청 "동물보호법 위반 여부 조사"

차량에 치인 길고양이를 구조해 달라는 민원을 받았으나 고양이를 현장에서 죽인 용역업체 직원들이 논란에 휩싸였다. KBS 뉴스 제보 영상

차량에 치인 길고양이를 구조해달라는 신고를 받은 지방자치단체 용역업체 직원들이 고양이를 죽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휩싸였다.

13일 인천시 서구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2시 30분경 "서구 석남동의 한 도로에 차에 치인 고양이가 있으니 구조해달라"는 신고가 구청 당직실에 접수됐다. 신고를 받은 구청 용역업체 직원들은 30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으나, 길고양이를 구조해 병원에 인계하지 않았다.

KBS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이들은 작업 도구인 삽을 이용해 고양이의 목을 찍어 눌러 죽였다. 고양이가 인도로 도망치자 쫓아가 다시금 목을 찍어 누르기도 했다. 살아있던 고양이는 발버둥을 쳤고, 직원들 역시 이를 보기 힘든 듯 고개를 돌렸다. 영상을 제보한 A씨는 "직원들이 고양이를 처리하던 현장은 사람들도 지나다니는 길가였다"며 "고통스러워해 죽이려는 목적이었다면, 병원으로 데려가 안락사하는 방법도 있을 텐데 안타까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들은 사건과 관련한 민원이 들어오자 "고양이가 심하게 다친 상태로 너무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며 "병원에 가기도 전에 죽을 것 같은 상황이라 최대한 빨리 숨을 끊게 만든 것"이라는 취지로 항변했다. 해당 업체는 공무원들이 근무하지 않는 시간대에 현장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당직 기동 처리반' 역할을 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서구 관계자는 "유기 동물은 민원이 들어올 경우 담당 과에 인계하거나 동물병원으로 데려간다"며 "특수한 경우라 그렇게 결정한 것 같다"고 밝혔다. 아울러 "민원 내용을 확인한 뒤 용역 업체에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주의해달라'고 연락했다"면서 "동물보호법이나 매뉴얼을 지켰는지를 추가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동물보호법은 동물에 대한 학대행위를 방지하고 적정하게 보호·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법으로 동물의 생명보호, 안전 보장 및 복지 증진과 동물의 생명 존중 등을 목적으로 한다. 보호 대상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의 일부에 한하며, 동물학대자에게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선고될 수 있다.

이슈&트렌드팀 정예원 인턴기자 ywju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