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형기자
워킹 홀리데이를 준비하는 대학생도, 60대 이상 고령층도 즐겨 찾는 일본 아르바이트가 있다. 일명 '리조바'. '리조트'와 '아르바이트'를 합친 신조어로, 말 그대로 유명 관광지 리조트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생계를 유지한다는 뜻이다.
지역 관광 상품이 다양하게 발달한 일본에는 '지역 리조트'도 풍부하다. 전통 숙박 시설인 료칸, 스키장, 호텔 등이 대표적이다. 리조바는 이런 시설에서 아르바이트하며 휴양지 생활도 즐기는, 새로운 유형의 직업 활동이다.
리조바는 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준비하는 유학생, 혹은 방학 기간 휴양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찮은 대학생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일본 최대 리조바 구인·구직 플랫폼인 '리조바닷컴' 등에서도 대학생 여름·겨울 방학 기간을 겨냥한 일자리가 많다.
근무 기간은 대개 2~4개월, 근무시간은 10시간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래도 휴양지 아르바이트라 근무시간이 길고 일도 고되다. 대신 시급은 일반적인 알바보다 높은 편이다. 대부분의 리조바 시급은 1100~1400엔 사이로, 일본의 현재 최저임금(1054엔)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리조바의 최대 강점은 숙식을 호텔 내에서 무료 제공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교통비와 각종 경비를 아낄 수 있어 목돈을 모으기엔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리조바는 이제 젊은 층을 넘어 고령층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리조바의 업무 내용이 대부분 설거지, 청소, 접객 등 서비스업이다 보니 은퇴를 앞둔 장년층에도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또 한참 직장인으로 일할 때는 누릴 수 없었던 국내 여행을 은퇴 후 돈을 벌면서 보낸다는 의의도 있다.
실제 리조바닷컴 등 구직 플랫폼에선 중장년층을 겨냥한 리조바 일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리조바를 통해 만난 중·장년층이 서로 모여 어울리는 추세도 형성됐다고 한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일손이 부족해진 일본의 현 상황을 반영한 새로운 '노동 트렌드'인 셈이다.
의외로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아르바이트라는 점에서도 중·장년층에 가산점이 붙는다. 접객 관련 직무 경험이 많으면 시급을 더 높게 쳐주기도 하며,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숙박 시설의 경우 일정 수준 이상의 영어 능력도 요구된다. 중·장년층 리조바는 직장인 시절 갈고닦은 업무 능력을 활용할 기회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