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형기자
이번 미 대선 전 '미국에서 가장 정확한 여론조사 전문가'로 추앙받던 여론조사 전문가가 있다. 바로 앤 셀저 셀저앤코 대표로, 그는 특히 미국 중서부 지역의 표심 분석에 특화돼 '중서부 예언자'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압승하면서 그의 기존 예측은 엉터리가 되고 말았다.
셀저 대표는 지난 4일(현지시간) 대선을 하루 앞둔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아이오와주가 민주당 우세주로 바뀔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아이오와는 전통적으로 중요 격전지 중 하나다.
당시 셀저 대표는 "충격적이었다. 무조건 투표할 계획이거나 이미 했다고 말하는 유권자 집단이 해리스를 강력 지지하고 있다"며 "여성, 대졸자, 젊은 층은 물론 고령층도 여기 해당한다. 낙태 문제와 트럼프에 대한 피로감이 표면 아래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결과 민주당이 우세주가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아이오와주에서 그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셀저 대표는 정확한 분석 덕분에 '중서부 예언자'라는 별명으로 불려 왔고, 그의 아이오와주 여조는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에겐 한 줄기 희망의 빛과 같았다.
그러나 실제 대선 결과 반전은 없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14%포인트(p)의 격차로 여유롭게 해리스 후보를 꺾고 압승했다. 셀저 대표의 예측은 실제 결과에서 무려 17%p나 빗겨 나갔다. 사실상 '엉터리'가 된 셈이다.
대선 전 엄청난 주목을 받은 셀저 대표였던 만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선 그를 향한 보수 지지층의 조롱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 지지자들은 "이번 대선의 진짜 패배자", "커리어를 통째로 날렸네", "그 누구라도 셀저보다는 더 나은 예측을 할 것" 등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다만 셀저 대표의 '용기'를 높이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미국의 유명 통계학자인 네이트 실버는 대선 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해리스가 우세하다는) 셀저의 여론조사는 확률적으로 본다면 틀릴 가능성이 높다"며 "이 분석 결과를 공개하는 데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