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48조' 내놓은 오세훈 '건전재정 유지, 의지의 문제'(종합)

서울시 48조원 규모 2025년도 예산안 발표
오세훈 "일종의 매직… 미래세대 부담 없도록"
저출생 대응 예산 눈길… 신혼부부 주택 1조원
고령화 맞춘 '시민 건강' 사업… 고립·은둔 관리

서울시가 2025년도 예산안으로 48조407억원을 편성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저출생·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선제적 투자 의지가 담겼다. 세수 감소 우려와 달리 주택거래가 활발해지며 취득세가 늘어나 예산 운용이 수월했다는 게 서울시 입장이다. 그럼에도 효율적인 채무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약자와의 동행 예산을 늘리는 등 서울의 활력을 만들어 가면서 예산을 최소화하느냐는 일종의 매직"이라며 "의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31일 서울시는 인구구조 변화에 맞는 시민 복지 체계 확립을 위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예산안 발표에 직접 나선 오 시장은 "시민의 건강과 안전, 서울의 미래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되 현재의 투자가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남지 않도록 서울시 채무 또한 지속해서 줄여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31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역대 최대인 48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공개했다. [사진출처=서울시]

내년 채무 11조3915억원으로 떨어질 듯… 오 "각고의 노력 결과"

이날 오 시장이 공개한 내년 예산안 48조407억원은 역대 최대로 13년 만에 예산 총액이 감소했던 2024년 예산안(45조7405억)보다 2조3000억원 많다. 종전 최대 규모로 편성했던 2023년(47조1905억)보다도 8500억원 늘린 규모다. 반면 채무 규모는 지속적인 감소세를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 11조8980억원이던 채무는 2023년 11조4425억원, 2024년 11조4057억원에서 내년에는 11조3915억원까지 조정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오 시장은 효율적인 채무 관리의 배경으로 '의지'를 꼽았다. 민선 8기의 채무 관리 지표를 공개하며 "예산 운용을 어떻게 해서 후손에게 어떤 재정 상태를 물려줄 것이냐라고 하는 의지의 문제"라며 "꼭 필요한 일들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 정책적인 성과를 내면서 후손들에게 부담을 최소화해 재정 상태를 돌려주느냐는 매우 난해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늘 강조해서 서울시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이런 예산들을 유지해 달라고 주문하는 것"이라며 "각고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의지가 담겼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 시장이 가장 강조한 대목은 저출생 대응 분야다. 최근 반등한 출산율을 언급하며 "작은 희망을 봤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더욱 과감한 투자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맞춰 신혼부부·청년 대상 주거지원 등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1조원 이상을 편성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신혼부부 주택 4000가구와 청년 주택 2504가구를 공급한다. 저출생 대웅 예산에는 고령·난임부부 의료비와 시술비 지원, 출산 가구 지원, 양육 부담 지원 등이 대거 포함됐다.

초고령사회… '외·없·서' 등 시민건강 예산 확대 눈길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되는 만큼 '시민 건강'에도 예산을 대거 편성했다. 시민 누구나 운세권(운동+역세권)을 경험할 수 있는 365일 운동하기 좋은 건강 도시 서울 조성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예컨대 일상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하철역을 운동 공간, 즉 스포츠 테마의 '펀 스테이션'으로 조성하고 현재 여의나루역에서 운영 중인 '러너 스테이션'(32억원)에 이어 내년에 추가로 10개 역사에 환복실, 보관함 등 편의시설을 조성하기로 했다.

서울 시내 10개 하천은 휴식, 여가 공간으로 바뀐다. 일상생활 속에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잠수교 보행교(76억원), 남산 하늘숲길(74억원), 월드컵공원 제2 파크골프장(14억원) 등 시민이 걷고 운동하는 인프라도 모습을 드러낸다.

'돌봄 지원 체계' 강화도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선제 대응책 중 하나다. 누구나 원하는 시기에 충분한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촘촘한 공공 돌봄 체계도 구축한다. 서울시복지재단에 사회서비스지원센터를 설치해 민간 돌봄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고 고립·은둔 시민을 위한 '외로움 없는 서울(외·없·서)'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시작한다.

노년 생활에 안정과 활력을 더하기 위해 '다시 가는 학교 7학년 교실'(2억원) 등 어르신의 재교육과 양질의 식사 지원도 예산을 확대했다. 특히 음식을 대량 조리해 도시락을 배달하는 '서울밥상' 사업 등 저소득 어르신 급식 지원에 441억원을 편성해 세심한 돌봄을 실천할 계획이다.

권역별 공간 대변화…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각도 지원

'경제 활성화' 역시 오 시장이 복지와 함께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신경을 쓴 분야다.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을 조기에 발굴해 신속하게 경영자금을 지원하며 폐업을 고민하는 소상공인에게는 컨설팅·비용지원·사후관리까지 패키지(800억원)로 지원한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서울형 기업 연구개발 예산은 지난해보다 53억원을 증액한 421억원을 편성했다. 또한 스마트라이프위크 개최 등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

도시 경쟁력도 강화한다. 드론라이트쇼(9억원)는 물론 올해 780만명이 다녀간 국제정원박람회(20억원) 등 서울 곳곳에서 계절별로 특색있는 축제를 개최하고 청계천 나래교에서 오간수교까지 경관조명을 설치해 청계천 빛둘레길을 조성하기로 했다. '권역별 공간 혁신'을 통해 서울 균형 발전도 시작한다. 서북권은 월드컵공원 경관숲을 조성하고 동북권에는 어울림체육센터, 사진미술관 개관으로 문화와 미래산업 클러스터로 만들 방침이다. 노들 글로벌예술섬은 수변부와 기단부 공사가 마무리된다.

새벽동행 자율주행버스(41억원)는 기존 1개 노선 외 3개 노선으로 확대한다. 자율주행 마을버스도 3개 자치구에서 새롭게 선보인다. 경사형 엘리베이터 등 지역 여건에 맞는 이동 수단 도입을 확대해 소외된 지역과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에도 노력할 계획이다.

이밖에 내년 광복 80주년을 맞아 조국에 헌신한 애국열사와 유공자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여기에만 총 1047억원의 예산을 쓸 예정이다. 참전 명예 수당·보훈 예우 수당을 각각 월 5만원씩 인상한 상태로, 65세 이상이던 생활 보조수당 지급 대상은 전 연령으로 확대한다. 오 시장은 "기후 위기와 복합적인 사회변화 속 '시민의 건강과 안전한 일상'은 서울시장의 가장 중요한 책무"며 "2025년 예산은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고 서울의 미래를 준비하는데 조금도 헛되이 사용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회부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사회부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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