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프랑스 문화 장관이 오는 12월 다시 문을 여는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 입장료를 부과하자고 제안했으나, 교구는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24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라시다 다티 문화 장관이 "파리 대주교에게 노트르담을 방문하는 모든 관광객에게 입장료를 받아 그 돈을 종교 유산 보호에 사용하자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다티 장관은 "방문객당 5유로(약 7500원)를 받으면 연간 약 7500만 유로(약 1116억원)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노트르담 대성당은 종교 유산에 대한 프랑스인의 관심을 일깨웠다. 많은 사람이 화재나 노후로 사라져가는 교회를 걱정한다"며 "노트르담 대성당은 파리와 프랑스의 모든 교회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교회는 다티 장관의 이런 제안을 환영하지 않았다. 파리 교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성당과 교회의 사명은 모든 남성과 여성을 무조건, 당연히 무료로 맞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교구는 또 "노트르담에서는 신도와 방문객이 구별되지 않으며, 예배 중에도 방문은 계속된다"며 "신도와 방문객의 접근 조건을 다르게 설정하면 모든 이에게 개방된 대성당 방문을 포기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건축유산위원회 위원이자 문화유산 역사가인 알렉상드르 가디 또한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라디오 프랑스 앵포 방송에서 "노트르담 대성당에 입장료를 받는 건 말도 안 된다"며 "이는 유산과는 거리가 먼 철학적 단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를 황폐화하는 회계적 사고방식"이라며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입장료 부과보다 숙박세를 몇십 센트 인상하는 게 더 낫다"고 주장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착공은 지금으로부터 861년 전인 1163년 시작됐다. 이후 1345년까지 200년 가까이 이어진 공사 끝에 대성당은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으나, 2019년 4월15일 보수공사 도중 원인 미상의 화재로 높이 96m의 첨탑이 무너지고 목조 지붕이 대부분 소실됐다. 이후 프랑스 당국은 복구공사에 들어갔으나 납 성분 유출 우려와 코로나19 대유행 등으로 작업이 지연되는 바람에 5년을 넘긴 오는 12월8일에야 성당 내부를 일반에 다시 공개할 수 있게 됐다. 화재 이전 노트르담 대성당 입장료는 내부는 무료, 종탑 관람은 10유로(약 15000원)였다. 파리관광청은 향후 연간 1200만~1500만명의 관광객이 노트르담 대성당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