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용산 캠프킴 일대서 100배 발암물질…서울시 '누출 막아달라' 요청

문화재 조사 1년여만에 종료… 정화작업 재개 요청
발암물질 TPH 최대 100배… 평균치도 10배 수준
서울시 "기지 내부로부터 유래된 유류, 지속 누출"
사업단, 최근 용산구청에 "계획서 제출 예정" 전해

정부가 주한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캠프킴 부지 일대 지하수에서 발암물질인 TPH(석유계총탄화수소)가 정화기준의 최대 100배까지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기지 내부에서 흘러나온 이 오염물질은 외부로까지 누출됐다. 3000여가구가 넘는 대규모 주거지를 조성하겠다는 정부 계획은 물론 인근 주민들의 건강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10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최근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에 캠프킴 부지 내 정화계획을 서둘러 수립해 누출·확산 방지 조치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지난해 9월께 해당 부지에서 문화재가 발견된 후 1년여간 관련 정화 작업이 미뤄진 탓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문화재 조사가 최근 완료되면서 기지 내 토양과 지하수에 대한 (정화) 명령이 재개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서울 용산구 일대 캠프킴 등 과거 미군부지 일대 등.

서울 용산 미군기지 중 하나인 캠프킴 부지는 주한미군 특수작전사령부(SOCKOR)가 주둔했던 용산 미군부대 서쪽 기지로 규모만 4만8000여㎡에 달한다. 주한미군 이전으로 2020년 12월 반환받은 후 정부는 이곳에 주택 3100여가구를 짓고 이중 1400가구를 공공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문제는 부지 내 토양과 지하수 오염 상태였다. 2020년 당시 정부 조사 결과, 캠프킴 부지의 기름 오염 정도를 나타내는 TPH가 기준치보다 33.9배, 발암물질인 벤젠은 3.4배 초과해 검출됐다. 납 같은 중금속도 263배 넘게 나왔다. 정부의 대대적인 정화 작업도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1년 넘게 정화 작업을 진행한 뒤 이뤄진 검사에서도 기름 오염 수준과 중금속도 납은 여전히 높았다.

급기야 지난해 9월께는 문화재가 발굴되며 정화 작업까지 중단됐다. 관련 조사가 끝나 정화 작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된 게 지난 7월이다. 1년 가까이 오염 물질이 방치되고 누출됐던 셈이다.

서울시가 분기별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오염 물질은 확인됐다. 지하수 오염의 경우 TPH는 기준치가 1.5㎎/ℓ인데 평균치는 11㎎/ℓ, 최대 147㎎/ℓ가 검출됐다. TPH는 대표적인 발암물질로 인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어 엄격한 정화 대상으로 분류된다. TPH에 노출될 경우 폐 손상이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서울시는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과 용산구청에 캠프킴 부지 내 토양과 주변 지하수 오염 상태를 우려하는 입장과 함께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정화 작업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공문에는 '캠프킴 기내 내부로부터 유래된 자유상 유류가 외부로 지속적으로 누출되고 있다'는 분석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은 최근에서야 용산구청에 '조만간 (정화작업) 계획서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토양과 지하수에 대한 오염이 심각해 부지를 활용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지 내 토양과 지하수 오염 자체가 심각한 데다 오염 물질이 부지 밖으로 확산·누출되는 상황도 늘고 있어서다.

중장기적으로는 해당 부지 내 주택 공급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2020년 국토교통부는 8·4 공급대책을 통해 이곳에 31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고 현 정부 역시 1400가구를 공공분양으로 내놓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여기에 캠프킴 부지 개발 계획을 추진 중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규제를 개선해 공급량을 더 늘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체적인 개발 계획에 나서기 위해서는 부지와 주변부에 대한 안전이 우선 확보돼야 한다"며 "일대 오염 상황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정해진 정화 계획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부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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