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형기자
러시아군이 수년 전부터 비밀리에 개발해 온 '슈퍼 드론' S-70가 아군의 공격을 받아 우크라이나 동부에 추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인 사건 발생 경위는 여전히 미스터리인 가운데, 미국·영국·우크라이나 등 스파이들이 '비행기 잔해 사냥'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가 그동안 축적해 온 선진 항공역학 기술을 입수할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국방 기술 관련 해외 매체 '워존'은 S-70가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인근에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은 최근 오픈소스정보(OSINT) 전문가들이 먼저 입수한 것으로, 애초 떨어진 항공기는 러시아의 구세대 전투기인 SU-25로 추측됐다가 뒤늦게 S-70로 정정됐다.
S-70는 무인 비행 드론이지만 현재 우크라이나 전장에 주로 쓰이는 소형 드론과는 다른 본격적인 군용 기체다. 무인 '전투' 드론이라는 의미로 'UCAV(Unmanned Combat Air Vehicle)'라고 불린다. 크기는 어지간한 전투기와 맞먹으며, 최대 속도와 폭장량(미사일·폭탄 등을 적재 가능한 무게)도 전투기급으로 추정된다. 또 높은 수준의 스텔스 기능을 보유했을 것으로도 추측된다.
러시아군은 이 기체를 2019년에 처음 공개했지만 구체적인 정보는 철저히 비밀리에 부쳤다. S-70는 이후 러시아군의 다른 전투기와 함께 편대 비행하는 모습 등이 종종 노출되면서 서방 당국자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슈퍼 드론'이 어쩌다 우크라이나 동부에 홀로 추락했는지 구체적인 사건 발생 경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워존은 OSINT 전문가들의 자료를 인용, 러시아군이 비밀 무기를 실험하다가 자국 공군 파일럿의 착각으로 오사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베일에 감싸인 신무기를 실수로 잃어버린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미 공군도 2011년 최신예 스텔스 드론 'RQ-170'를 이란 영공에 투입했다가 손실한 경험이 있다. 방공망과 전자전 장비 등이 빽빽하게 들어선 복잡한 전장에서 신무기가 '시스템 장애'를 일으킬 가능성도 충분하다.
워존은 이 드론의 파편이 향후 서방 정보기관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항공기나 로켓 파편은 해당 국가의 항공 역학, 소재 공학, 정밀 기계 제조 역량을 가늠할 중요한 정보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러시아군이 그동안 항공우주와 관련해 어떤 연구를 해왔는지, 얼마나 발달한 기술력을 갖췄을지 등을 유추할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도 북한산 로켓의 잔해 회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북한이 군사 정찰 위성을 실은 로켓을 발사했다가 실패한 당시, 국군도 해수면에 떨어진 로켓 잔해를 끌어 올리기 위해 인양 작업에 착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