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만에 삼성전기 다시 찾은 이재용…'MLCC 기회 선점해야'

필리핀 삼성전기 사업장 방문
MLCC 생산거점 집중 점검
전기차 시장 수요 블루오션
차량용 전장 사업 선도 구상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전기의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사업장을 다시 찾아 삼성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는 차량용 전장 사업에 힘을 실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6일 필리핀 라구나주 칼람바시에 위치한 삼성전기 필리핀법인(SEMPHIL)을 찾아 MLCC 제품 생산현장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날 필리핀 칼람바에 위치한 삼성전기 생산법인을 방문해 MLCC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기회 선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이 삼성전기 생산 현장을 방문한 것은 지난 6월 수원사업장 방문 이후 4개월 만이며 해외사업장을 점검한 것은 지난해 3월 중국 톈진 출장 이후 1년7개월 만이다.

이번 필리핀 출장에서 이 회장은 삼성전기 경영진과 미래 사업 전략을 논의한 후 MLCC 공장을 직접 둘러보며 생산 현황을 살폈다. 그는 임직원들에게 인공지능(AI), 로봇, 전기자동차 시장의 확대에 따른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후 이 회장은 칼람바 생산법인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그들의 노고를 격려하며 애로사항을 경청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 회장은 최근 지속적으로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하며 자사가 고부가가치 MLCC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고 있다. MLCC는 전기를 저장하고 필요한 만큼 안정적으로 공급해 반도체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부품이다. 스마트폰과 전기자동차 등 다양한 전자기기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이 때문에 MLCC는 ‘전자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린다. 특히 반도체 회로에 들어가는 전류가 일정하지 않으면 전자제품의 오작동이나 고장이 발생할 수 있는데, MLCC는 이를 조절해 전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업계에선 MLCC 시장이 지난해 4조원에서 오는 2028년 9조5000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기차 시장은 MLCC 수요가 높은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폰에는 IT용 MLCC가 1000개 정도 탑재되지만, 전기차에는 전장용 MLCC가 3000개에서 최대 2만개까지 들어간다. 가격도 전장용이 3배 이상 높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6일 필리핀 라구나주 칼람바시에 위치한 삼성전기 필리핀법인(SEMPHIL)을 찾아 현지 임직원들과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 회장은 MLCC 수요 증가와 수익성에 주목하며 삼성전기가 전장용 MLCC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꾸준히 주문해왔다. 2020년과 2022년에 그는 삼성전기의 부산사업장을 방문해, 전장용 MLCC 등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을 요청했다. 2020년 부산 방문 당시에는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선두에 서서 혁신을 이끌어가자"며, "현실에 안주하거나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불확실성에 위축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자"고 강조했다. 이러한 메시지에 따라 삼성전기도 전장용 MLCC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필리핀 칼람바 생산법인은 톈진보다 앞선 1997년에 설립돼 2000년부터 정보통신(IT)용 MLCC, 인덕터 등을 생산해왔다. 최근에는 전기차, 자율주행차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고성능 전장용 MLCC 추가 생산도 검토하고 있다. 2012년에는 MLCC 제2공장을 준공했고 2015년에는 2880억원을 투자해 생산라인을 추가 증설하는 등 부산, 텐진 생산법인과 함께 핵심 생산 거점으로 성장했다. 삼성은 부산을 MLCC용 핵심 소재 연구개발과 생산을 주도하는 첨단 MLCC 특화 지역으로 육성하는 한편, 중국과 필리핀은 IT·전장용 MLCC의 글로벌 핵심 공급 거점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삼성전기가 만드는 MLCC를 앞세워 차량용 전장 사업을 선도하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 계획의 일환으로, 삼성은 2016년 디지털 계기판과 카오디오 분야에서 세계 1위였던 하만을 인수·합병한 바 있다. 이 회장은 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올리버 집세 BMW 회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글로벌 자동차업계 경영자들과도 만나며 전장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진두지휘해 왔다. 지난해엔 머스크 CEO를 만나 차량용 반도체 등 포괄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산업IT부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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