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현기자
배달앱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배민)이 최저 2%대의 차등 수수료를 검토할 정도로 코너에 몰렸다. 지난 8월 자체 배달 수수료율을 9.8%로 올린 데 따른 역풍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어서다. 입점 업주와 사용자의 이탈이 늘면서 위기가 표면화됐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이중가격제’를 들고나오는 등 갈등이 불거졌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배민에 포화가 집중된 사이 2위 쿠팡이츠는 같은 수수료율을 적용함에도 가파르게 사용자가 증가해 위협이 되고 있다.
7일 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배민과 쿠팡이츠, 요기요의 사용자 수(MAU)는 각각 2263만 명, 837만 명, 505만 명을 기록했다. 전월과 비교하면 배민과 요기요는 사용자가 줄었지만 쿠팡이츠는 홀로 증가했다. 배민은 0.8%, 요기요에선 8.3%의 사용자가 빠져나갔다. 쿠팡이츠는 3.2% 늘었다. 쿠팡이츠에선 무료배달 서비스를 내놓은 지난 3월과 비교하면 211만 명이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은 11일부터 배민의 구독제 상품 ‘배민클럽’이 유료화됐다는 점에서 쿠팡이츠와 맞붙었던 무료배달 구독제 승부의 분수령으로 여겨졌다. 이 싸움에서 쿠팡이츠가 승기를 잡는 데 성공했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기존 쿠팡 와우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무료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쿠팡이츠와 달리 배민에선 구독제에 가입하고 결제 수단을 등록해야 무료배달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사용자들에게 장벽으로 인식될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입점 업주를 중심으로 배민의 수수료 인상에 대한 반발이 나오면서 여론이 안 좋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전국상인연합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 자영업 단체들은 배민이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정당한 이유 없이 수수료를 인상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 조치했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배달용 음식 가격을 매장가보다 더 비싸게 받기로 하면서 그 이유가 배민의 수수료 인상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배민의 자체 배달 수수료율은 9.8%로 쿠팡이츠와 같다. 6.8%를 적용해 오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에서 수용된 요금이라는 이유로 8월부터 쿠팡이츠와 동일한 수수료를 받기로 했다. 요기요는 12.5%를 받다 같은 달 9.7%로 낮췄다. 자체 배달 수수료만 보면 3사가 거의 차이가 없지만 1위 업체인데다 최근 3%포인트 수수료를 인상했다는 점에서 화살은 배민을 향한 것이다. 수수료가 같지만 배민에서 쿠팡이츠로 갈아타는 점주들이 최근 많아진 것에도 이런 비난 여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점주 전용 애플리케이션인 ‘배민 사장님’의 사용자 수는 31만 명을 기록했다. 전월에 비해 2.5% 감소했다. 반면 쿠팡이츠 점주들이 쓰는 ‘쿠팡이츠 스토어’는 사용자가 계속 증가, 19만 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결국 배민은 최근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에 수수료 인하 방안을 담은 상생안을 제출했다. 앱 내 배달 매출액별로 입점업체를 분류, 매출이 낮은 하위 사업자에 대해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배민은 이 같은 방식으로 최저 2%대까지 수수료율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이 60%에 달하는 배민에 의존했던 점주들이 최근 각종 논란에 배신감을 드러내고 있다"며 "배민의 상생안이 지금의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