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채은기자
법무부는 중국 국적 투자자 민모씨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에서 청구를 전부 기각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판정에 불복해 지난 28일 판정 취소신청서를 제출했다.
30일 법무부에 따르면 불법 대출을 받은 뒤 이를 못 갚아 담보를 잃자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중재를 신청했으나 패소한 중국인 투자자가 판정에 불복해 취소 신청서를 제출했다. 판정 취소 절차가 개시됨에 따라 중재판정부 판정의 적절성 여부를 놓고 ICSID 내부 취소위원회의 판단을 또 한 번 받게 됐다.
민씨는 2007년 10월 국내에 법인을 설립했고 국내 금융회사들에서 3800억원을 빌렸다. 하지만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했고, 우리은행은 담보권을 실행해 민씨 소유 주식을 외국 회사에 팔았다. 이후 민씨는 관련 민사소송에서 패소하고 횡령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6년을 확정받자 한국 정부가 투자 협정상 공정·공평 대우 의무 등을 위반했다며 2020년 ICSID에 중재를 신청했다. 그러나 중재판정부는 올해 5월 31일 한국 정부에 약 2641억원(최초 약 2조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민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중재판정부는 민씨가 중국 내 빌딩을 사기 위해 거액의 대출을 받으려고 국내 법인을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은행 임직원에게 금품 등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 형사처벌까지 받은 점에서 불법 투자를 한 것이므로 해당 주식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한국 정부 주장을 받아들였다.
중재판정부는 민씨에게 우리 정부의 소송비용 49억1260만원과 그 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취소소송이 제기되면서 판정 이행 절차는 일단 중단됐다. 법무부는 “향후 진행될 판정 취소 절차에서도 '국내법상 위법한 투자는 ISDS에서 보호받지 못한다'는 원칙이 유지돼 우리 정부가 승소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함께 끝까지 최선을 다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