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줄고 감원에 공장 폐쇄까지…흔들리는 '전기차'

EU·美 중심으로 판매 후퇴

올해 들어 전기차 판매가 정체되고, 주요 제조사들도 전기차 투자 계획을 축소하며 전기차 전환이 흔들리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는 2021년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고, 2022년엔 62%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해엔 판매가 31% 증가하는 데 그치며 성장세가 꺾였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특히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전기차 전환이 후퇴하고 있다. 올해 8월 유럽에서 배터리 구동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은 14%로 전년 동월 대비 1%포인트 줄었다.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 협회에 따르면 8월 전기차 신차 등록은 전년 대비 16.5% 감소했다. 특히 유럽 최대 자동차 시장인 독일에서 전기차 판매는 69% 급락했다. 자동차 연구기관 JD파워는 올해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배터리 자동차가 전체 판매의 9%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건 기존 전망치인 12.4%에서 후퇴한 것이다. 현재 전기차 시장 성장의 주요 원동력은 중국으로, 상용차를 제외한 글로벌 판매의 59%를 차지했다.

블룸버그는 초창기 전기차 시장에서는 초기 사용자라는 매력이 있었고, 차량에 다양한 신기술을 도입해 인기가 높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후 시장 확산을 위해 공략해야 할 소비자들은 초기 사용자들과 달리 비용에 민감한 사람들이었다. 유럽과 미국에서 순수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 대비 각각 30%, 27% 더 비싸다. 또 이들은 기술에 회의적일 가능성이 높고, 충전 인프라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한 채 전기차를 구매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여기에 유럽은 정부 보조금 폐지까지 겹쳤다. 전기차는 보조금 없이는 비슷한 수준의 내연차량 대비 비싸다. 중국산 전기차는 저렴하지만 유럽과 미국은 관세 등 무역 장벽으로 자국 업체를 보호하고 BYD(비야디) 등 중국 업체를 견제하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 수요가 부진하고 보조금도 줄며 주요 제조사들도 전기차 투자 계획을 축소했다. GM, 포드,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도요타 등이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2030년 전기차 237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는데, 이는 지난해 예측치 대비 300만대 이상 줄어든 것이다.

순수 전기차 제조업체인 업계 1위 테슬라조차도 2030년에 연간 2000만대를 판매하겠다는 이전 목표를 최근 들어 언급하지 않고 있다. 포드는 전기차 3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 계획을 전면 중단했고, 차세대 전기 픽업트럭 출시를 연기했다. 연간 자본 지출의 40%에 달하던 전기차 투자를 30%로 줄일 계획이다. 유럽 최대 자동차 제조사 폭스바겐은 독일 공장 폐쇄를 놓고 노조와 협상 중이다.

전기차 후퇴에 배터리 업체도 타격을 받았다. 유럽 최대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는 전 세계 인력의 20%에 달하는 규모의 감원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서방 정부는 딜레마에 직면했다. 중국산 전기차와 전기차 부품 수입과 제조를 확대하면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가격을 낮추고, 수요를 촉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자국 제조사를 약화하고 핵심 신산업에서 중국의 지배력을 강화한다.

블룸버그는 최근 전기차 수요 감소에 놀란 일부 국가에서 구매 보조금을 다시 되살릴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제조사들도 저렴한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트랜스포트&인바이러먼트(T&E) 그룹에 따르면 내년에 유럽 시장에서 2만5000유로(약 3656만원) 이하 전기차 7개 신모델이 출시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전기차 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든다는 전망도 있다. T&E는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 내년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점유율이 24%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1~7월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 협회 조사가 유럽연합(EU)에서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12.5%로 집계한 것 대비 크게 증가한 수치다.

국제부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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