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마지막 카드 '자사주 취득+PEF 연합'

자사주 취득 가능 여부, 이번주 초 결정
회사 내부 현금으로 경영권 방어 가능해져
KKR 등 사모펀드와 협력 방안도 준비 중
한화와 자사주 교환 가능성도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공개매수 마감을 앞두고 고려아연이 오는 2일 대규모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권 방어 전략을 완성할 마지막 카드로는 ‘자사주 매입+사모펀드(PEF) 연합’이 유력하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가능 여부는 이르면 이날 오후 결정된다. MBK는 앞서 공개매수를 시작하면서 법원에 고려아연과 그 계열사 및 한국투자증권이 공개매수 기간 자사주를 매입하지 못하도록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자본시장법은 공개매수 기간 공개매수자와 그 특별관계자가 공개매수 대상 회사의 주식을 공개매수가 아닌 방식으로 매수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법원은 지난 27일 심문을 진행, 이날까지 양측 의견서를 제출받아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법원이 "영풍과 고려아연이 더 특별관계인이 아니다"는 고려아연 측 주장을 받아들여 공개매수 기간 자사주 매입이 가능해진다면 고려아연은 즉시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를 매입할 방침이다. 그렇게 되면 최 회장은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오지 않더라도 회사 내부 현금을 이용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게 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사진제공=각사]

고려아연과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5월과 지난달 각각 1500억원, 4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기업어음(CP)을 발행해 4000억원의 추가 자금을 마련했다. 순현금 8000억원에 CP 발행 등을 통해 확보한 4000억원과 금융권 차입 등을 더하면 고려아연은 2조5000억원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된다. MBK·영풍 공개매수 자금 최대치인 2조2686억원보다 많다.

만약 법원이 공개매수 기간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을 금지한다면 고려아연은 ‘플랜B’로 사모펀드(PEF)와 협력해 대응할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기간 글로벌 PEF인 미국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베인캐피탈, 메리츠금융그룹 등과 접촉해 대항 공개매수를 위한 자금 조달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현재 대항 공개매수의 실질적 주체가 될 특수목적법인(SPC) 설립과 공개매수 자금 예치 및 투자확약서(LOC) 발급, 금융감독원 신고 협의 등 절차를 준비 중이다.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경우 최 회장 측은 MBK·영풍 측이 제시한 공개매수가(75만원)를 고려해 최소 80만원의 공개매수 가격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최 회장 측이 경영권 방어에 필요한 지분은 약 6% 내외로 80만원에 공개매수에 나설 경우 필요 자금은 대략 1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최씨 일가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이 15.6%에 불과해 SPC와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경우 경영권 보장을 위한 주주 간 계약이 불리하게 체결될 수 있다는 점은 한계다. 통상적인 상장사 담보인정비율(LTV) 40%를 적용하면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마련할 수 있는 자금은 9000억원에 불과하다. 현재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일시적으로 급등한 점을 고려하면 주식 가치가 더 낮게 평가돼 대출 가능한 금액은 더 줄어들 수 있다.

고려아연의 대응에서 마지막 변수는 한화다. 한화는 고려아연 지분 7.76%를 보유한 최 회장 측 우호 세력으로 유력한 전략적투자자(SI) 후보로 꼽혀왔다. 그동안 한화는 공개매수 자금을 직접 투자할 가능성은 작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한화가 자사주를 교환해 의결권을 확보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고려아연이 보유한 자사주(2.4%)는 의결권이 없지만, 이를 우호 세력에 매각할 경우 의결권을 갖게 된다.

산업IT부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산업IT부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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