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경쟁력 밀린 '한화 3남' 김동선…신사업 광폭행보

본업 백화점 부문 실적 부진 속
식음료 올해 상반기 매출 215억원
지난 한 해 매출 2배 뛰어넘어

한화그룹 유통·호텔 사업을 맡고있는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부사장)이 식음료(F&B) 신사업 개척에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내수경기 부진 여파로 본업인 백화점 부문의 실적이 곤두박질하면서, 식음료 시장으로 외연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 부사장은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첫 신사업인 미국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가 지난해 국내 상륙 이후 순항하면서 사업 다각화에 적극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본업인 백화점과 호텔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햄버거를 제외한 신사업은 초기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은 부담이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는 지난달 음료 제조 전문업체 퓨어플러스를 인수했다. 이번 인수건은 김 부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퓨어플러스는 30년 이상 비알코올성 음료에 주력한 제조 전문기업으로 건강음료와 유기농 주스, 어린이 음료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퓨어플러스를 인수하며 향후 '프리미엄 건강 음료'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백화점 ·호텔 줄줄이 적자… K-푸드 집중 공략

앞서 한화갤러리아는 올해 초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외식 부문 자회사 더테이스터블을 한화푸드테크로 사명을 바꾼 뒤 로봇 전문 계열사 한화로보틱스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에는 김 부사장 주도로 미국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를 인수하고 4월 서울 한남동에 파스타 전문점 '파스타X'를 오픈했다. 한화푸드테크는 최근 특허청에 '차이니즈 다이닝 타오타오'를 상표 출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향후 '파스타X'에 이어 로봇 등 푸드테크 기술을 활용한 중식당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사장은 지난달 그룹 내 유통부문 청사진을 그리기 위한 조직을 새롭게 꾸리기도 했다. 조직개편을 통해 미래비전TFT(태스크포스팀)을 신설한 것이다. 김 부사장 직함이 전략본부장에서 미래비전총괄로 변경된 것도 이 때문이다. 회사 측은 "미래비전TFT는 미래비전총괄인 김 부사장의 업무를 보좌하는 조직으로, 회사의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작업을 당분간 서포트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 부사장이 식음료 신사업에 집중하는 배경은 그가 승계받는 그룹의 유통 부문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다. 한화갤러리아의 본업인 백화점 부문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35억원) 대비 82.9%나 감소한 것이다. 지난 2분기 5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상장 후 첫 적자를 기록한 탓이다. 내수 소비가 위축되면서 백화점 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있지만, 한화갤러리아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한화갤러리아의 시장점유율은 2022년 7.8%에서 지난해 6.8%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 상반기 6.5%로 더 낮아졌다.

호텔 사업도 마찬가지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 2분기 영업손실 3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0억원 이상 적자폭이 커졌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도 191억원으로, 46%나 확대됐다.

김동선 햄버거 '파이브가이즈' 상반기 200억 매출

반면 김 부사장이 추진 중인 신사업은 일부 성과가 나오고 있다. 한화갤러리아가 발표한 반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올 상반기 식음료 부문 매출은 215억3662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식음료 부문에서 104억2885억원 매출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반기 만에 지난 한 해 매출을 2배 넘게 뛰어넘은 셈이다.

파이브가이즈 매장 전경 사진(상단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강남, 여의도, 강남고속터미널, 서울역). [사진제공=에프지코리아]

한화갤러리아 식음료 부문 매출은 대부분 파이브가이즈를 운영하는 자회사 에프지코리아에서 발생했다. 에프지코리아는 올해 상반기 식음료 부문 매출의 95%에 달하는 203억8625만원을 벌었다. 에프지코리아는 지난해 2개 매장에서 99억8235만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매장을 5개로 늘려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경기 판교점은 지난 9일 오픈해 올해 반기보고서에는 매출이 반영되지 않았다.

미국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는 1986년 미국 버지니아에서 시작한 브랜드로 쉐이크쉑, 인앤아웃과 더불어 미국 3대 버거로 불린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23개국에서 운영 중이다. 김 부사장이 주도해 유치했고, 지난해 강남에 첫 매장 문을 열었다. 파이브가이즈의 경우 올해 하반기 중으로 매장을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다. 향후 4년 내 매장을 15개까지 늘린다는 구상이다.

반면 와인 판매 자회사인 비노갤러리아 매출은 에프지코리아 대비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매출 11억5037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한 해 매출이 4억3740만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 역시 2배 넘는 성장세다. 하지만 업계애선 이들 신사업이 아직까지 백화점 매출과 비교해 규모가 적은 데다, 파이브가든즈를 제외한 신사업은 추진 단계인 만큼 경영 성과를 평가하기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김 부사장은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1일까지 공개매수를 통해 450억원 규모의 한화갤러리아 주식 2816만여주를 사들였다. 김 부사장의 보유 지분은 16.85%로 확대되며, 한화갤러리아 최대주주인 한화(36.3%)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유통경제부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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