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으로 힘들어서'…장례식장서 23억 횡령한 경리 항변했지만

장례식장서 10년간 일하며 자금 빼돌려
재판부 "생계형 범죄로 보기 어렵다"
항소 기각…'징역 4년' 1심 유지

장례식장에서 10년간 근무하며 회삿돈 23억원을 빼돌린 50대 경리 직원의 항소가 기각됐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1형사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사건 항소심에서 경리 직원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는 징역 4년을 선고한 1심 판결에 대해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2014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충남 아산의 한 장례식장에서 일하며 23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15년 5월 회사 계좌에 있던 108만원을 남편의 계좌로 이체하면서 처음 회삿돈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해 8월 1일까지 거래처에 물품을 지급하는 것처럼 속이는 방법 등으로 모두 4780차례에 걸쳐 23억179만3300원을 본인 또는 남편의 계좌로 이체했다.

이렇게 빼돌린 돈은 남편의 차량(1억5000만원)과 아파트를 구입하고 대출금(2억원) 등을 갚는 데 사용했다. 또한 범행 기간 중 22개의 보험에 가입해 매달 275만 원의 보험료를 납부하기도 했다. A씨는 가족들의 병원비 등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A씨의 차량·아파트 구입 내역, 사교육 비용 등을 확인한 후 "생계형 범행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변호인 측은 피해 회사가 A씨 소유 부동산과 차량 등에 8억원 상당의 가압류를 건 것을 양형 조건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횡령 피해액이 23억원에 이르는 데 반해, 가압류한 재산의 가치는 구매 당시 가액을 합하더라도 4억9000여만원에 불과하다"며 "부동산 가치 상승, 자동차 감가상각 등을 고려하면 가압류 재산을 통한 완전한 피해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의 횡령은 규모가 크지 않은 피해 회사의 자금 사정에 커다란 악영향을 끼쳤다"며 "뒤늦게 4억원을 변제했지만, 현재까지 상당 부분 피해 복구가 되지 않고 있으며 피해자 측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이 피고인에게 불리하다"고 항소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이슈&트렌드팀 정예원 인턴기자 ywju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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