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당성 검증도 안끝났는데…' 분당선 기흥~오산 부동산 투자 주의보

"경제성 있다" 근거 없는 소문 퍼지며 투기 부추겨
지자체, 지가 상승→비용 증가→사업성 하락 우려

경기도 남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추진 중인 전철 분당선 기흥~오산 연장이 부동산 투기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연말에나 나올 사전타당성 조사 결과를 놓고 근거 없는 예상치를 제시하며 투자를 유도하는 홍보물들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일선 지자체들은 오히려 이런 투기 바람이 땅값 상승과 비용 증가로 이어져 사업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어떤 노선이길래

전철 분당선 기흥~오산 연장을 위한 사전타당성조사 용역이 진행중인 가운데 일선 부동산 중개업소와 온라인에서는 확정되지 않은 사안으로 투기를 부추기는 행위가 확산되고 있다. 화성 동탄신도시 전경.[사진제공=화성시]

분당선 기흥~오산 연장은 용인·화성·오산시가 공동 추진중인 사업이다. 기존 수인분당선 기흥역에서 분기해 화성 동탄2신도시~오산시를 연결하는 지선이다. 앞서 용인시와 오산시는 공동으로 이들 지역을 연결하는 6~8개 역, 16.5~20.5㎞의 3개 노선안에 대해 지난 2020년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당시 용역 결과 이 노선의 비용 대비 편익(B/C)은 0.61~0.71이었다. 국가철도망 계획 반영 기준(0.7 이상)에 부합하는 결과다.

이 노선의 가장 큰 효과는 경부축을 따라 서울 강남권과 경기 남부권을 연결하는 최단 거리 전철망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용인 이동·남사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원삼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와 동탄신도시, 오산시의 주요 반도체 인프라를 연결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으로 지자체들은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지자체의 자체 검증 결과일 뿐이다. 국가철도공단은 지난 2022년 11월 이 노선의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을 시작했다. 공단 측은 당초 지난해 말까지였던 용역 기간을 한차례 연장해 올해 6월 말 용역 결과를 내놓기로 했다가 추가로 6개월을 더 연장에 올 연말 결과를 도출할 예정이다.

사전타당성 용역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노선 신설 여부를 두고 고려해야 할 요인이 많다는 의미다. 남은 기간 땅값·공사비 등 비용(C)은 물론 택지개발 등 도시의 중장기 성장 등 편익(B) 등 B/C값을 좌우할 수치가 유동일 수 있어서다.

또 분당선 연장을 포함한 철도 노선이 정부의 정책으로 최종 반영되려면 내년 이후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최종 통과해야 한다. 실제 사업이 성사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셈이다.

용역 결과도 안 나왔는데…노선도 내걸고 투자 유도

경기도 용인시와 일선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분당선 기흥~오산 노선 연장의 사업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의 소문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노선 수혜 지역으로 꼽히는 동탄신도시와 오산, 용인 일대 부동산 업계를 중심으로 긍정적인 내용의 결과가 나올 것이란 소문과 함께 관련 노선도 등이 나돌고 있다. 이들 지역 내 중개업소나 관련 온라인 카페에서는 기흥역에서 오산대역, 또는 세교 2·3지구, 동탄역 등까지 이어지는 노선도를 내걸고 투자를 유도하는 사례도 목격된다. 심지어 아직 용역이 진행 중인 타당성 조사의 구체적 예상 수치까지 제시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용인시의 A 중개업소는 기흥구의 한 경매 물건을 소개하면서 분당선 연장 호재를 제시하는가 하면 화성의 B 중개업소는 신설 역으로 오산대역, 동탄역 외 동탄신도시의 호수공원 역이 유력하다는 전망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 일대 집값이 최근 하락세를 멈추고 최근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는 것에는 분당선 연장 가능성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지역 중개업계의 전언이다. 동탄신도시 C 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 강남권과 연결되는 전철 신설은 집값에 당연히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카페나 블로그 등에는 "해당 지역 국회의원이 B/C값이 높게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라거나 "모 국회의원이 특정 역사 설치를 주도하고 있다"는 글이 올라와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B/C값 낮아져 사업에 부정적 요인 될 수도" 난감한 지자체들

용인 화성 오산 등 분당선 기흥~오산 연장을 추진중인 지방자치단체들은 사업성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용인 처인구에 조성될 예정인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예정지 전경. [사진제공=용인시]

이같은 분위기에 해당 지자체들은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자칫 투기 바람이 불어 집값이 들썩일 경우 오히려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서다.

3개 시는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그동안 다양한 방안을 추진해 왔다. 특히 국가철도공단이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에 착수한 이후 이들 지자체는 ▲용인 이동·남사읍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1만6000세대 규모 용인 이동신도시 ▲3만1000세대 규모 오산 세교3지구 ▲1만3000 세대 규모 화성 금곡지구 등의 반영을 추진해 왔다.

이상일 용인시장의 경우 지난 3월 용인시청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서 "이 노선이 이미 4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포함된데다 시민들이 절실히 원하고 있다"며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이 시장은 지난 6월에는 백원국 국토교통부 제2차관도 만나 노선의 신속 추진을 요청하면서 이동신도시와 세교3지구 등 관련 자료를 전달하기도 했다.

국가철도공단이 용역 기간을 연말까지 추가 연장한 것 용역 시작 이후 신규 산단 조성, 대규모 택지개발 조성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문제는 부동산 가격 상승은 용역 결과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땅값이 오르면 가뜩이나 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건설 비용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토지보상비 등이 불어나 B/C의 분모인 비용 값이 커지면서 타당성 값을 낮추는 역효과가 생긴다는 것이다. 실제 2019~2020년 조사 때 1조243억원이었던 해당 노선 총사업비는 2021년 국가철도망 계획 고시 때는 1조5772억원으로 54%나 급등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신규 철도 노선을 정부 정책에 반영하려면 경제적 타당성을 입증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수요 근거를 제시하거나 총사업비를 낮출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며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는 "확인되지 않은 부정확한 정보와 수치가 시민들에게 전달될 경우 큰 혼선을 줄 수 있다"며 "특히 잘못된 정보가 발표된다면 사업이 지연되거나 취소될 수 있는 문제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지자체팀 정두환 기자 dhjung6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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