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양이 먹어' 트럼프 발언에 아이티 이민자들 '벌벌'

오하이오주 아이티 이민자들 신변 위협

미국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의 아이티 이민자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지난 대선 토론에서 나온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 때문이다.

11일(현지시간) NBC 뉴스 등 주요 외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토론 맞대결에서 행한 거짓 주장 때문에 아이티 출신 미국인들이 신변의 위협을 받는 등 공포에 떨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스프링필드의 아이티 이민자들이 주민들의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고 발언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스프링필드의 아이티 커뮤니티 센터 책임자인 바일스 도세인빌은 "사람들이 우리를 대하는 방식과 나쁜 댓글 등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고 있다"며 "이제 우리는 어디를 가든 조심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해당 커뮤니티 센터에 협박 전화가 걸려 오는 것은 물론 아마존 창고 직원으로 일하는 한 지인은 자신을 향한 주변의 적대감에 퇴사까지 고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아이티 이주민들의 소식을 전하는 아이티안타임스는 전날 TV 토론 이후 스프링필드의 일부 아이티계 주민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인종차별적인 표현 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증폭되면서 주민들이 괴롭힘과 폭행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프링필드 당국자들은 이민자들이 반려동물들을 잡아먹는다는 신뢰할 만한 보고를 받은 바가 없다고 일축한 상태다. 캐런 그레이브스 스프링필드시 대변인은 "최근 아이티 주민들을 표적으로 한 일련의 증오 범죄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며 "다만 재산 절도와 같은 우발적 범죄들은 일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민자들에 대한 거짓 주장은 스프링필드 일부 주민들의 불만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인구 5만8000명의 스프링필드에는 최근 3년여간 약 1만5000명의 아이티계 이민자들이 유입됐는데, 이로 인해 학교, 병원 등과 같은 시설 이용이 이전보다 불편해졌고 임대료도 오르면서 일부 주민들 사이에 불만이 조금씩 쌓여왔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오하이오주에서 운전면허가 없는 아이티인이 몰던 차가 스쿨버스를 들이받아 11세 아이 1명이 숨지고 26명이 다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고 외신은 짚었다. 당시 사고로 어린 아들을 잃은 네이선 클라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제발 증오를 멈춰달라"며 아들의 죽음을 정치적 이익으로 이용하지 말 것을 호소했다.

외신은 "지난 3년간 아이티에서 온 1만5000명의 이민자가 스프링필드의 노동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지만 여러 성장통도 함께 초래하고 있다"고 짚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에 거주하는 아이티계 미국인은 약 110만명으로, 이 중 약 절반이 이민자다. 주로 플로리다와 뉴욕을 중심으로 오랜 기간 정착해온 이들은 최근 일자리를 찾기 위해 노스캐롤라이나와 캘리포니아 등으로 이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부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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