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구글, EU서 천문학적 과징금…빅테크 규제 시계 빨라지나

애플과 구글이 유럽연합(EU)의 과징금 부과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물게 됐다. 이번 판결에 따라 애플, 구글은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 소송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에 따라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에 대한 규제도 가팔라질 전망이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이날 애플이 아일랜드 정부로부터 불법적 법인세 혜택을 받았다는 2016년 EU 집행위원회의 판단을 인정했다.

앞서 EU 집행위는 2016년 아일랜드가 EU 국가 지원 규정을 위반해 애플에 혜택을 부여해 애플이 상당히 적은 세금을 냈다며 역대 최대 규모인 143억유로(21조2000억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이에 애플은 항소했다. 이후 2020년 EU 일반법원은 애플이 아일랜드 정부로부터 세금 특혜를 받았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애플의 손을 들어줬으나 ECJ가 이 판단을 다시 뒤엎은 것이다.

더 이상 항소가 불가능한 애플은 천문학적인 세금 143억유로를 뱉어낼 처지가 됐다. 이는 애플의 2분기(4~6월) 순이익 214억5000만달러의 약 4분의 3에 달하는 규모다. 애플은 "이 사건은 우리가 얼마나 많은 세금을 내느냐가 아니라 어느 정부에 세금을 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라며 "우리는 항상 사업을 운영하는 모든 곳에서 모든 세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특별한 거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ECJ는 구글이 자사의 비교쇼핑 서비스를 우선 표시·배치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2017년 유럽 집행위의 판단도 받아들였다. 구글이 내야 할 과징금은 24억유로(3조5000억원)다. 이에 대해 구글도 "(자사는) 2017년에 유럽 집행위원회의 요구를 준수하기 위해 변경을 했으며, 이 접근 방식이 성공적으로 작동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번 ECJ 판단을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빅테크의 권리 남용 의혹을 억누르려는 EU 경쟁 당국이 승리를 거둔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EU 내 경쟁 정책을 총괄하는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수석 부집행위원장의 공이 컸다는 평가다. 그는 빅테크의 반독점법 위반에 대한 과징금을 물리기로 유명해 '세금 여인' '실리콘밸리의 저승사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EU 최고법원이 집행위의 손을 들어주면서 애플과 구글은 집행위와 벌일 다른 소송에서도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지난 3월 음악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소비자가 더 저렴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기회를 차단하는 등 '불공정 관행'을 일삼았다며 18억4000만유로의 과징금을 부과받아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구글 역시 2018년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43억4000만유로의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2019년에는 디지털 광고 시장의 불공정 관행 혐의로 14억9000만유로의 과징금을 받아 소송을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도 애플과 구글은 소송에 직면해있다. 구글은 온라인 검색 시장에서 불법적인 독점적 지위를 유지했다는 이유로 미 법무부로부터 소송을 당해 지난달 5일 워싱턴D.C. 법원에서 패소했다. 여기에 지난 9일부터는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관련 기업 등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막는 등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법무부가 소송을 제기해 재판에 들어갔다. 애플 역시 지난 3월 '애플 생태계'로 혁신이 저해되고 소비자들은 비싼 비용을 치러야 했다는 이유로 미 법무부로부터 반독점 소송을 당한 상태다.

구글이나 애플 모두 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라서는 과징금 납부뿐만 아니라 사업 분할이나 매각 등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국제부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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