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일기자
“아이에게 전담 미용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열심히 배워서 제가 그 역할을 해주려고요” “이제 눈치 보며 미용실 갈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이발하러 가는 게 큰일이었는 데, 앞으로는 편하게 집에서 해주면 되겠어요”
지난달 26일 송파구(구청장 서강석)가 마련한 미용 교육에 참여한 주민들이 전한 기대감이다. 이들은 발달장애인의 부모 혹은 조부모들이다.
구는 올해 처음으로 발달장애인 가정을 위한 ‘우리 집 전담 미용사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송파구 발달장애인은 올해 7월 기준 2467명으로 서울 자치구 중 3번째로 많다. 그러나 상당수가 일반 미용실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장애인에게 맞춰진 시설로 이동 시 불편이 크고, 주변의 따가운 시선 등으로 미용실 방문이 쉽지 않다.
특히,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발달장애인이 보다 편안한 환경 속에 미용 서비스를 받도록 구가 부모교육에 나선 것이다.
지난 2월부터 2개월 동안 진행한 상반기 교육에는 총 16명이 참여했다. 헤어스타일 분석과 남녀 커트 기술 등 기본적인 미용 기술을 배웠다. 높은 만족도를 보인 가운데 심화반 운영에 대한 요청이 많았다.
이에 하반기에는 기본교육에 더하여 심화과정을 새롭게 운영한다. 기본교육은 9월까지 총 3기로 운영하며 24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후 우수 수료자 6명을 선정하여 10월까지 심화과정을 이어간다.
교육은 가정에서 발달장애인 자녀를 미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여성 머리카락 길이에 따른 스타일 분석과 커트 실습 ▲남성 두상 형태에 따른 이발기 실습 ▲남녀 스타일 기법 실습 등이다.
참여자들에게는 이발기, 가발, 가위세트 등 교육 용품도 지원한다.
교육 후에는 수료자들과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미용 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이 사업은 교육과 연계해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자조모임이 자연스럽게 이뤄져 서로 어려움을 나누고 격려하는 자리가 되는 목적도 있다”면서 “앞으로도 송파구는 장벽 없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장애친화정책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