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기자
진료지원(PA) 간호사를 법제화한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기존에 관련 교육을 이수하지 않았거나 전문간호사 면허 없이 PA 업무를 하던 간호사들이 별도의 절차 없이 기존 업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전문성 결여에 따른 의료 질 저하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단 주장도 제기된다.
박혜린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3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기존에 PA 업무를 하던 간호사들은 경과조치처럼 해서 그냥 (PA) 업무를 계속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새로 PA간호사를 배출할 경우엔 만들어질 규정에 따르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과장은 "일례로 기존에 있던 분들이 10년 동안 PA 업무를 했는데 갑자기 교육을 받으라 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14조에 따르면 PA 업무를 수행하려는 간호사는 전문간호사 자격이나,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임상경력 및 교육과정의 이수에 따른 자격을 보유해야 한다.
전문간호사는 의료법에서 간호사 이외에 유일하게 그 자격 인정 등에 대해 명시돼 있는 간호인력이다. 전문간호사가 되려면 2년 이상의 석사 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복지부가 위탁한 기관에서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매년 400여명의 전문간호사가 자격시험을 통해 배출되고 있으며, 지난해 기준으로 자격증 소지자는 1만7346명에 달한다.
현재 PA 업무를 하고 있는 간호사 상당수는 전문간호사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복지부는 활동 중인 PA간호사가 약 1만4000명, 대한간호협회는 1만6000여명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한국전문간호사협회 역시 현재 전문간호사 외에도 1만3500명 이상의 간호사가 전담간호사로서 PA 업무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수정 성균관대 임상간호대학원 교수와 김민영 제주대 간호학과 교수가 최근 국제학술지 'Journal of Korean Academy of Nursing' 8월호에 게재한 '진료지원인력의 확대된 업무 수행을 위한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해결방안' 논문을 보면, 국내에선 의사인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PA 간호사가 꾸준히 증가해 왔고 심지어 규모가 작은 병원에선 대학을 갓 졸업한 신규 간호사가 PA간호사로 발탁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논문은 3년 이상의 임상경력을 권고한 지난 3월 복지부의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이후에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급하게 의료 공백을 메꿔야 하는 상황에서 각 의료기관이 PA 인력에 대한 장기적인 운영체계나 교육체계, 질적 관리보다는 바로 실무에 투입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존 PA간호사의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의료의 질 저하 우려도 제기된다. 최수정 한국전문간호사협회 회장은 "아무런 자격 없이 10년 경력이 있으니까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어디에도 없다"며 "아무리 임상 숙련도가 있어도 공부를 해야만 하는 내용이 있고, 충분한 지식을 가졌는지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것은 면허나 자격을 취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 PA 업무를 보던 이들에게 전문간호사 자격 취득을 용이하게 해주는 식의 특례를 주는 방식이라도 충분한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