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진출 유한양행 '렉라자' 용어풀이…'EGFR 변이'의 의미는?[AK라디오]

국내 제약업계에 역사적인 순간이 찾아왔다. 유한양행의 폐암 치료제 '렉라자'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것이다. 이는 국내 제약사가 독자 개발한 신약으로는 최초의 FDA 승인 사례로, 한국 제약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렉라자는 '표피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이 복잡한 용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 개념을 알아야 한다. EGFR은 '표피', '성장인자', '수용체', '변이'의 네 가지 개념이 결합된 용어다. 표피세포는 우리 몸의 장기 가장 바깥부분을 이루는 세포를 말하며, 성장인자는 이 세포의 성장과 분화를 지시하는 신호다. 수용체는 이 신호를 세포 내부로 전달하는 단백질이며, 변이는 이 수용체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신호를 계속 켜둔 상태를 의미한다.

비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의 80~85%를 차지하는 주요 폐암 유형이다. 이는 암세포의 크기가 작지 않은 폐암을 지칭하며, 소세포폐암과 구별된다. 렉라자는 이 비소세포폐암 중에서도 EGFR 변이가 있는 경우에만 사용된다. 이는 서양인의 경우 20~30%,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인의 경우 약 40% 정도에서 나타난다.

이번 FDA 승인에서 주목할 점은 렉라자가 1차 요법으로 승인받았다는 것이다. 1차 요법은 환자에게 처음 사용하도록 승인된 치료법을 의미한다. 이는 2차 요법(첫 번째 약이 효과가 없을 때 사용)에 비해 적용 범위가 넓어 매출 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렉라자의 효과는 '무진행 생존 기간(PFS) 중앙값'으로 평가된다. PFS는 약물 투여 후 암세포가 성장하지 않는 기간을 의미하며, 중앙값은 전체 환자 중 중간에 위치한 환자의 PFS를 나타낸다. 렉라자와 아스트라제네카의 항암제 리브리반트의 병용요법은 PFS 중앙값이 23.7개월로, 기존 치료제인 타그리소의 16.6개월보다 7개월 더 길었다. 이는 렉라자 병용요법이 암의 진행을 더 오래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FDA의 신약 승인 기준은 엄격하다. 기본적으로 새로운 약은 기존 약보다 최소한 동등하거나 더 나은 효과를 보여야 한다. 렉라자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현재 폐암 치료제 시장의 선두주자인 타그리소보다 여러 면에서 우수한 효과를 글로벌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했기에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이번 승인은 단순히 한 제품의 성공을 넘어 국내 제약산업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렉라자의 성공은 국내 제약회사들의 연구개발 의지를 고취시키고, 글로벌 시장 진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글로벌 제약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며,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혁신이 필요하다. 또한, 신약 개발 과정에서의 윤리적 문제, 약가 책정의 적정성, 의료 접근성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제약업계의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렉라자의 FDA 승인은 국내 제약산업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를 계기로 한국 제약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두각을 나타내고, 궁극적으로는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앞으로 렉라자의 실제 시장 성과와 추가적인 임상 결과, 그리고 이를 통한 적용 범위의 확대 가능성 등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바이오중기벤처부 이동혁 기자 do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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