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서율기자
법원이 '2인체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의결된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새 이사진 임명에 제동을 걸면서 현재 탄핵 절차 중인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조기복귀해도 방통위 업무는 지지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통위는 법원의 판단에 즉시항고 할 계획을 밝혔지만, 방송과 통신 관련 정책의 의사결정은 뒤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지난 26일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과 김기중·박선아 이사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방문진 이사 임명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법원은 새 이사진이 임명될 경우 권 이사장 등 현 이사진이 직무를 수행하지 못함으로써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것으로 보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효력을 정지할 긴급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법원의 판단으로 새 이사진의 취임은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불가능하다.
앞서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직무대행)이 첫 출근 10시간 만에 전체 회의를 열어 김동률·손정미·윤길용·이우용·임무영·허익범 등 6명을 새로운 방문진 이사로 임명했다. 이에 대해 권 이사장 등 3명은 2인 체제인 방통위가 새 이사진을 선임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방통위는 "소송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의결했다는 점을 소명할 것"이라며 즉시항고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같은 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 회의에서도 김태규 직무대행은 '법원의 결정문에 대해 동의하지 않냐'는 물음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향후 변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언급은 삼가겠다"고 답했다.
법원이 방통위 2인체제 심의·의결을 문제삼은 만큼 방통위 의사 결정은 당분간 어렵게 됐다. 현재 방통위에는 방송·통신·미디어 법제 패러다임 개편, 방송사 재허가·승인 유효기간 확대, 단말기 유통법 폐지, 허위조작정보 대응체계 마련 등 방송·통신 업계 주요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본안소송까지 상당 기간이 걸린다는 것을 고려하면 헌법재판소가 심판 중인 이 위원장이 조기 복귀하더라도 2인 체제에서 방통위 업무는 여전히 마비 상태일 수 있다.
김 직무대행은 방통위 업무보고에서 현 1인체제 방통위 하에서 심의·의결이 불필요한 과제부터 신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방송·통신 시장 실태점검 및 사실조사 등이 대표적이다.
국회 과방위는 방통위 회의 개최 요건을 기존 2인에서 4인으로 강화하는 방통위 설치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방통위 업무 정상화는 더욱 멀어보인다. 김 직무대행은 "지금 2인 요건을 충족하는 것도 여의찮아 위원회가 구성되지 않고 있는데 4인으로 하면 쉽게 기능 마비가 초래될 우려가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