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26일(현지시간) 혼조세를 나타내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9월 금리 인하를 시사하며 증시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근접한 가운데, 시장은 이번 주 나올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 실적을 대기하는 모습이다.
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오후 12시15분 현재 블루칩 중심의 다우 평균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04% 오른 4만1190.03을 기록 중이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0.4% 내린 5612.31,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97% 하락한 1만7704.06에 거래되고 있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 23일 뉴욕증시는 일제히 뛰었다. 파월 의장이 "정책을 조정할 시기가 왔다"며 9월 금리 인하의 신호탄을 쏜 여파다. 그는 "노동시장이 틀림없이(unmistakable) 둔화되고 있고, 노동시장 여건이 추가로 냉각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우리의 목표는 강력한 노동시장을 유지하면서 실업률의 급격한 상승을 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은 2%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둔화하고 있다는 확신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제 통화정책의 중심축을 물가 안정에서 완전 고용으로 이동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9월 금리 인하를 확신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Fed가 9월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내릴 가능성을 100% 반영하고 있다. 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가능성은 67.5%,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 가능성은 32.5% 반영 중이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 속도는 향후 들어올 데이터 등에 달려 있다며 구체적인 인하폭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9월 17~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인 8월 고용 보고서 내용에 따라 빅컷 가능성도 열려 있다. 실업률은 지난 6월 4.1%에서 7월 4.3%로 급등했는데, 8월 실업률이 여기서 더 오를 경우 Fed의 빅컷 전망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트레이드스테이션의 데이비드 러셀 시장 전략 글로벌 수석은 "파월의 발언은 연말까지 시장에 순풍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이달 증시가 (상승해) 최저치를 찍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시장은 이번 주 공개될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역시 증시 방향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한다. 엔비디아는 오는 28일 장 마감 후 2025 회계연도 2분기(5~7월) 실적을 발표한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두 배 이상 증가해 286억달러, 187억달러씩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건스탠리 이트레이드의 크리스 라킨 트레이딩 부문 총괄은 "이번 주 신고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증시가 실적에서 큰 놀라움을 피해야 한다"며 "특히 기술 부문 심리를 주도해 온 엔비디아가 실적에서 이를(충격을) 피해야 한다"고 짚었다.
오는 30일 공개되는 7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에도 이목이 쏠린다. 7월 PCE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2.5% 올라 전월(0.1%·2.5%)과 같거나 소폭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인 추세를 이어가면서 Fed의 9월 금리 인하 전망을 뒷받침할 전망이다.
국채 금리는 강보합세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거래일 보다 1bp 오른 3.92%, 글로벌 채권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일 수준인 3.81%에 거래되고 있다.
종목별로는 보잉이 1.1% 약세다.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비행사들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우주인 2명을 지구로 데려오기 위해 여러 차례 귀환을 지연시킨 보잉 대신 스페이스X 우주선을 이용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전자 상거래 플랫폼 테무 모회사인 PDD 홀딩스는 실망스러운 분기 실적으로 30.5% 급락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중동 긴장 고조와 리비아의 감산으로 3%가량 뛰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2.47달러(3.3%) 급등한 배럴당 77.3달러, 글로벌 원유 가격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2.28달러(2.89%) 상승한 배럴당 81.3달러에 거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