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우리銀 부당대출' 임종룡-조병규 정조준

우리은행의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적정 대출 사건과 관련해 금융감독당국이 임종룡 현(現)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해당 사건의 전모를 직·간접적으로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별도의 제보를 받은 감독 당국이 검사 결과를 발표할 때까지 이를 보고하지 않은 채 은폐를 기도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우리은행이 5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상하단 모두 0.11% 올린 가운데 신한은행이 15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05% 올릴 예정이다. 사진은 서울 한 우리은행 지점.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한국방송공사(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임 회장과 조 행장에 대한 제재 가능성에 대해 "(손 전 회장 부당대출 사건) 지연보고에 대해선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임원 회의에서 "우리금융이 보이는 행태를 볼 때 더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밝힌 데 이어 임 회장과 조 행장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금감원은 임 회장과 조 행장 역시 이번 손 전 회장 부적정 대출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본다. 부적정 대출이 이뤄진 기간이 올해 1월까지로 임 회장, 조 행장의 임기와도 겹치는 데다 직·간접적으로 사건의 전모를 파악했음에도 이를 당국의 검사 결과 발표 전까지 보고·공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해당 부적정 대출이 손 전 회장의 친인척과 연관됐다는 사실을 인지한 시점은 지난해 9~10월쯤이다. 은행 경영진 또한 같은 시기 이를 보고 받았다. 지주 경영진 또한 이듬해인 올해 3월 해당 사건에 대한 감사 결과가 반영된 인사협의회 부의안건을 보고받는 과정에서 손 전 회장 친인척 연루 사실을 인지했다.

하지만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은 늑장 대처로 일관했다는 게 감독 당국의 인식이다. 자체 감사는 해당 대출을 취급한 본부장이 퇴직(지난해 12월)한 이후인 올해 1월에서야 시작했고, 지난 4월에는 관련자에 대한 징계까지 진행했지만 이를 감독 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 별도의 루트로 제보를 받은 금감원이 지난 9일 오후 4시30분께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나서야 관련자를 수사기관에 고소하고, 약 2주가 지난 뒤 금융사고 발생 사실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이사회도 '패싱' 됐다. 금감원은 현 경영진이 손 전 회장 친인척 부적정 대출 취급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에 제대로 보고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해부터 사외이사 간담회 정례화, 지배구조 모범 관행 발표 등으로 이사회 기능의 중요성을 지속해서 강조해 왔다"면서 "이런 우리금융의 행태는 그간 금감원과 은행권이 공동 추진해 온 지배구조 개선 취지와 노력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의 이런 정조준은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의 초기 사건 대응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당초 우리은행은 이번 사건을 감독 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번 사안은 여신심사 부실에 해당하므로 보고할 의무가 없다"고 밝혀왔다. 손 전 회장의 사전 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절차상 회장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고 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라고 꼬집었다.

이 원장은 우리금융의 대응에 대해 "새 지주 회장, 행장 체제에서 1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수습 방식이 과거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부분에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면서 "검사를 통해 진상규명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임 회장과 조 행장의 책임론을 정조준 한 셈이다.

금융권에선 이번 사건이 포트폴리오 확장을 진행 중인 우리금융의 전반적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 중인 우리금융은 인수 여부를 확정하더라도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야 한다. 더 나아가 임 회장, 조 행장 등 이번 사건과 관계된 최고경영자(CEO)의 거취도 주목받고 있다. 전임 이원덕 행장의 잔여임기를 수행 중인 조 행장의 경우 올 연말 1차 임기가 만료되며 최근 임기 반환점을 돈 임 회장은 오는 2026년 3월 임기가 종료된다.

경제금융부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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