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기자
상급종합병원을 중증 환자 진료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해 정부가 올해 하반기부터 3년간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서울 소재 1500병상 이상 대형 병원은 일반병상을 15% 감축하는 등 중증 환자 비율을 60%까지 높인다.
보건복지부는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혁신적 의료공급 및 이용체계 개편방안 공청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노연홍 의료개혁특위(특위)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특위와 산하 자문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국민들께 투명하고 소상하게 공개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공청회에서 제시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여 내실 있는 의료개혁 실행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 자리에선 우선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및 의료공급체계 개편 방안이 논의됐다. 유정민 복지부 의료체계혁신과장은 "중증·응급 체계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방안과 동시에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을 올해 하반기부터 3년간 시행을 하면서 상급종합병원이 좀 더 중증이나 3차 의료로서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전환을 시작하려고 한다"며 "종적인 의료 전달체계 확립과 함께 예방과 급성기뿐만 아니라 아급성, 재활, 요양까지 횡적인 의료 전달 체계도 확립을 해 환자를 중심으로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의료 전달체계가 확립될 수 있도록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은 진료와 진료 협력, 병상, 인력, 전공의 수련이라는 5가지 전반의 구조를 전환하는 것을 방향으로 하고 있다"며 "이를 위한 보상 평가도 강화할 계획이다. 전문 진료 질병군 환자뿐만 아니라 사실상 중증으로 볼 수 있는 환자의 기준을 넓혀 이런 환자를 3년 안에 중증 환자를 6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료 협력에 관해서는 "아직 의사 소견보다 환자가 원하는 곳으로 환자를 보내는 형식적인 회송이 이뤄지고 있어서 중증도에 맞는 의료 이용에 어려움이 있다는 현장 의견이 있었다"며 "의사 판단에 따른 전문 의뢰 시 상세 의사 소견을 명시하고, 진료 협력병원 간에는 최우선으로 예약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패스트트랙'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중환자 중심 진료를 위해 상급종합병원 내 일반병상 비중을 줄이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유 과장은 "서울의 경우 전체 허가 병상이 1500병상 이상인 경우 일반 병상의 15%를, 그 외 병원은 10%, 경기·인천 10%, 비수도권은 5%를 감축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려고 한다"며 "당장 의무적으로 가기보다는 중환자 병상 비중이 높을수록 더 많은 성과보상금을 가져가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증 분류 체계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에 대해서도 정비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증도에 대해서 의료계에서 개선의 요구가 많았다"며 "근본적으로는 상급종합병원이 봐야 하는 적합 질환, 그리고 2차 병원이 봐야 하는 적합 질환, 이렇게 의료기관의 기능에 맞는 적합 질환군을 조정하는 정비하는 작업을 지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상급종합병원이 기존처럼 진료량을 늘려서 수익을 추구하는 구조가 아니라 중증환자를 잘 볼 수 있는 환경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보상 방안 개편도 같이하고 있다"며 "총 3조원 내외에서 투자 방안을 마련하고 있고, 중환자실과 입원료 보상에 1조5000억원, 중증 수술 보상에 5000억원, 사후 보상에 1조원 등을 할당하는 방향으로 설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이용 합리화 방안에 대해선 의료 소비자로서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단 주장이 제기됐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의료 소비자는 무분별한 광고, 근거 없는 정보가 아닌 객관적인 정보 습득을 위한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며 "의료는 공공재적 성격이 중요한 것을 인식해 무분별한 응급실 이용과 무조건 대형병원이 최고라는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공청회에선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 구축 및 보상방안도 논의됐다. 지역 완결적 의료 체계란 모든 국민이 거주 지역에서 적시에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뜻한다. 신현웅 특위 산하 전달체계·지역의료 전문위원회 위원장은 "응급실 뺑뺑이나 소아과 오픈런, 출산 난민 등으로 인해서 어떤 보편적 필수의료 제공에 대한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결국은 의료 이용과 제공 체계에 문제가 있고, 이를 더 악화시키는 보상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 완결적 의료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의료체계 ▲보상체계 ▲인프라 등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위원장은 "(의료체계 개선을 위해) 지역 의료 컨트롤타워를 구축한 후 지역 의료기관을 개편하고 역량을 강화하도록 해 지역 의료 네트워크 구축 및 활성화를 하겠다"고 했다.
보상체계 개선에 대해서도 "예산과 건강보험 연계를 통한 효율적, 안정적 재정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지역필수의료 위기를 고려해 단기간 내 수술과 처치, 기본진료 필수의료 행위 집중 인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엔 환자의 필수도, 중증도, 그리고 지역의 취약도 등을 반영한 수가 불균형 지속적 해소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역 의료 인프라 개선을 위해선 정부의 지역·필수의료 중심 인력 확충 지원과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봤다. 신 위원장은 "의대 입학과 과정 중 전공의, 전문의 등 각 시점별 지역·필수의료 인력확보를 위한 정책지원 과제들을 살펴보고 우선순위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며 의대 입학 시 지역인재 할당 비율 강화와 공공의대 설립, 전공의 지역 할당 비율 상향 등을 예시로 제시했다.
국고와 지방비를 활용해 지역·필수의료를 위한 예산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를 위한 재원조달 방안으론 "일반회계와 담배, 술, 설탕, 탄소 등 건강 관련 증세로 필수의료 특별회계를 만들고, 지방세와 지방소멸기금, 농어촌특별세 등을 활용해 지역의료 발전기금 등을 조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