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진기자
미국 소비지출 풍향계 역할을 하는 기업들이 잇따라 고객 소비 둔화 징후를 포착하면서 실물 경기 침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인하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숙박 예약 플랫폼 에어비앤비는 6일(현지시간)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미국 소비자의 수요가 둔화되는 징후가 보인다”고 경고했다. 에어비앤비는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 상승한 27억5000만달러를 기록해 시장조사업체 LSEG 추정치(27억4000만달러)를 웃돌았으나 주당순이익(EPS)는 0.86달러로 예상치 0.92달러에 못 미쳤다.
에어비앤비는 예약 날짜와 실제 도착 사이의 일수를 뜻하는 ‘예약 리드타임’이 짧아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를 두고 주요 외신은 “소비자가 그만큼 지출에 대해 망설이고 신중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에어비앤비는 여름휴가 시즌이 있는 3분기 매출이 36억7000만~37억3000만달러 사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시장 예측치 38억4000만달러보다 낮은 수치다. 파리올림픽 등 지구촌 축제가 있는 분기임에도 미국 소비자 수요 둔화 조짐이 포착된 것이 컨센서스 조정에 영향을 크게 줬다는 설명이다. 에어비엔비의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약 16% 폭락했다.
마켓워치는 에어비앤비의 이번 실적을 두고 미국 소비 약세론이 더 힘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맥도날드, 스타벅스, 크로락스 등 기업도 모두 소비 둔화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마켓워치는 부연했다. 높은 물가가 고착화되면서 고객들이 할인 상품 혹은 저렴한 식사를 주로 찾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세계 최대 항공사 아메리칸항공은 지난달 26일 항공편 좌석 요금 인하에 나서기도 했다. 파리올림픽이 있는 여행 성수기임에도 빈 좌석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기업의 실적 시즌을 통해 본 소비 둔화 포착 징후는 지난 2일 발표된 미국의 고용 쇼크에 따라 급부상한 경기침체 우려에 힘을 더하고 있다. 7월 미국 실업률은 4.3%로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높았고 같은 달 비농업 부문 고용은 11만4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21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등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우려에 연방준비제도(Fed)가 피벗(pivot·방향 전환)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 진단을 내렸지만 제롬 파월 Fed 의장 등 정책 관계자들은 금리 완화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이를 두고 Fed의 뼈아픈 실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월가에서는 오는 9월 그간 예상치를 넘어서는 대폭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JP모건은 Fed가 긴급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