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1일(현지시간) 장 초반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날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고용 둔화 시그널이 추가되면서 피벗(pivot·정책 전환)이 임박했다 기대감이 커졌다.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가 기대 이상의 분기 실적을 내놓은 가운데 투자자들은 이날 공개될 애플, 아마존, 인텔 실적을 대기하고 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오전 9시45분 현재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31% 상승한 4만967.76을 기록 중이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0.77% 오른 5565,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94% 뛴 1만7764.88에 거래되고 있다.
Fed는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방기금금리를 기존 5.25~5.5%로 8연속 동결했다. 파월 의장은 직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9월 금리 인하 시그널을 보냈다. 그는 "노동시장 냉각으로 인플레이션 반등 위험은 하락한 반면, 고용 둔화 위험은 이제 실질적이라고 할 수 있다"며 "9월에 있을 다음 회의에서 정책금리 인하가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책금리를 인하하기에 적절한 시점에 이르지는 않았으나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FOMC 하루 뒤인 이날 오전 발표된 고용지표 역시 미 노동시장 둔화 우려를 뒷받침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7월21~27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4만9000건으로 거의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 예상치(23만6000건)와 직전 주 수정치(23만5000건)를 모두 상회하는 수준이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7월14~20일 주간 187만700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11월 이후 2년8개월 만에 최고치다.
전날 발표된 미 민간 노동시장 조사업체 ADP의 7월 민간 부문 신규 일자리 고용도 12만2000건 늘어나 시장 예상치(14만7000건 증가)를 하회했다. 임금 상승 속도는 2021년 이후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둔화돼 고용 시장 약화 우려를 가중했다.
르네상스 매크로 리서치의 닐 두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오전 나온 경제 지표는 지속적인 (경제) 악화를 나타냈다"며 "Fed가 금리 인하를 시작할 때는 이미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제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2일 미 노동부가 내놓을 7월 고용 보고서로 향한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비농업 신규고용이 17만7000건 늘어나 전월(20만6000건) 대비 크게 둔화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실업률은 4.1%로 2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이어갔을 것으로 보인다. 고용 지표가 예상대로 나올 경우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더욱 탄탄해질 전망이다.
시장은 이미 9월 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연내 3회 인하 전망에 베팅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Fed가 9월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내릴 가능성을 100% 반영하고 있다. 11월 0.5%포인트 이상 인하할 가능성은 77.5%, 12월 0.75%포인트 이상 내릴 가능성은 72% 반영 중이다.
유럽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에 이어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피벗에 착수했다. BOE는 이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연 5%로 결정했다. 지난해 8월까지 14회 연속 금리를 인상한 뒤 올해 6월까지 7차례 연속 동결한 이후 첫 인하다.
종목별로는 메타가 전날 기대 이상의 실적에 힘입어 9.51% 급등하고 있다. 쉐이크쉑은 시장 예상을 넘어서는 실적 발표 후 17.05% 치솟는 중이다. 영국 반도체 회사 ARM 홀딩스는 실망스러운 분기 실적 전망을 내놓은 뒤 8.67% 약세다.
국채 금리는 급락하고 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현재 전거래일 대비 8bp(1bp=0.01%포인트) 내린 4.25%, 글로벌 채권금리 벤치마크인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일 보다 9bp 밀린 4.01%선에서 움직이는 중이다.
국제유가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최고 지도자 살해에 중동 불안이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로 상승하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0.49달러(0.63%) 오른 배럴당 78.4달러, 글로벌 원유 가격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0.5달러(0.62%) 상승한 81.34달러에 거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