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욱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탈리아 로마 시내 안경원을 깜짝 방문했다. 이탈리아주교회의 기관지인 아베니레는 10일(현지시간) "교황이 지난 8일 오후 로마 시내 트레비 분수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한 안경원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교황은 이 가게 주인인 알레산드로 스피에치아에게 직접 전화로 방문 약속을 잡았다고 한다. 그는 "이미 두 번이나 귀찮게 찾아왔으니 이번에는 직접 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황이 이 안경원을 직접 방문한 것은 지난 2015년에 이어 두 번째다. 안경원 주인 스피에치아는 안경테가 낡아서 교체할 것을 권했으나, 교황은 말을 듣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스피에치아의 제안에 "아뇨, 아뇨, 괜찮아요. 나는 보수적인 사람이라 (안경테를) 바꾸고 싶지 않아요"라고 농담했다고 한다. 교황은 9년 전에도 안경테는 바꾸지 않고 렌즈만 교체한 바 있다.
교황은 안경원에서 30분가량 머물면서 스피에치아의 아내 안나 마리아와도 인사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안나 마리아는 교황에게 "언제든 우리 집에 오세요. 제가 맛있는 카르보나라를 만들어 드릴게요"라고 말했다.
이날 거리에는 9년 전과 마찬가지로 교황의 갑작스러운 출현을 보려고 수많은 관광객과 시민들로 몰려들었다. 시력 측정 후 렌즈를 바꾸고 안경원 밖으로 나온 교황은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성인에게는 묵주를, 어린이에게는 사탕을 선물로 나눠줬다.
국가 원수급 경호를 받는 교황이 사적인 일로 시내 가게를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다만, 권위주의나 특권과 거리를 두려 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임 교황들과는 달리 비교적 여러 차례 로마 시내로 외출했다. 지난 2022년에는 로마 시내 판테온 인근에 있는 레코드 가게를 방문해 음반을 사는 모습이 포착됐고, 그보다 전인 2016년 로마 시내에서 일반인처럼 직접 신발을 사는 소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교황의 외출을 두고 "자아도취적인 노출주의"라는 비판도 나왔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교황의 이러한 모습이 몸에 배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로 있을 때도 대중 교통수단을 즐겨 이용했다. 또, 교황 즉위 이후에는 역대 교황이 기거한 호화로운 사도궁 관저를 놔두고 교황청 사제들의 기숙사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살고 있다. 그는 지난 2013년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없고 특히 로마 피자가게에 들르지 못하는 점을 아쉬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