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이기자
교육부가 의대생들의 유급을 막기 위해 의과대학에 적용할 수 있는 학사 운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성적 평가 기준을 학기 말에서 학년말로 전환하고, 올해만 의대생에 유급 조치를 하지 않도록 하는 ‘한시적 특례 조치’를 둘 수 있도록 열어뒀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과대학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 대학 총장들로 구성된 '의과대학 정상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는 교육부에 학생들의 유급을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가이드라인에는 지난 5월 대학들이 교육부에 제출한 학사 운영 조치계획 방안에 담겼던 조치들이 상당수 반영됐다. 우선 교육부는 올해 의대생들에게 유급 기준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한시적 특례 조치를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학년말까지 재이수 기회를 부여하고 종합 평가를 하는 방식, 미완의 학점을 두고 기한 내 보완할 수 있도록 하는 'I학점 제도' 등도 적용할 수 있다.
[자료출처=교육부]
[자료출처=교육부]
의예과 1학년의 경우 복귀한 학생들이 유급 없이 의학과로 진급하도록 진급요건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2025학년도 신입생의 학습권을 우선 보호할 수 있도록 수강신청 우선권을 부여하는 등의 계획을 함께 마련하도록 한다.
또 올해 1학기 교육과정과 성적 평가를 학기 단위가 아닌 학년 단위로 전환해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수강 중인 과목을 이수하지 못한 경우 당초 수강 신청을 취소·철회하고 재수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1학기 운영은 대학별 여건에 따라 2학기와 병행하는 방안, 1학기를 연장하고 2학기를 축소하는 방안, 총 3학기로 운영하는 방안 등을 자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교과별 수업일수는 매 학년도 '30주 이상'에서 2주 이내 감축 운영이 가능하도록 했다. 수업 방식은 필요시 야간·원격·주말 수업, 계절학기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학기 조정에 따라 기존 수업 기간보다 짧게 운영하는 '집중이수제', 교육과정 조정 등의 방안을 적용할 수 있다.
의학과 4학년 실습수업은 올해 2학기에 보충 운영하도록 하고, 보완이 어려운 일부 실습과정은 내년도 계절학기 등을 통해 채울 수 있도록 한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의학과 4학년의 복귀를 독려하기 위해 2025년 의사 국가시험 추가 실시를 검토 중이다.
올해 1학기를 연장·보충할 경우 등록금은 1학기에 납부된 등록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국가장학금 신청 시 새로운 학기 기준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재학생은 1차 신청이 원칙이나 2차 신청 기간에도 신청할 수 있도록 기간 연장 방안도 검토한다. 대학별로 학기 시작일에 따라 등록금 일반상환 학자금대출도 우선 지원한다.
복귀 학생의 학업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학습 자료 제공, 학습 모니터링, 상담 및 지도 등 관리 계획도 마련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업에 복귀하지 않는 의대생들을 직접적으로 독려할 수 있는 방안은 담기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부총리는 "이제는 정말 돌아와야 된다, 모든 정부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 있고 이제 요구 사항들이 많이 수용된 만큼 전공의와 학생들이 돌아와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의대생들과의 소통에 대해서는 "소통을 하고 있고, 더 활짝 문을 열겠다"고 말했다.
의사 국시 추가 검토에 대해 최은희 교육부 인재정책실장은 "국시 연기에 대해서는 (복지부가) 먼저 수업을 듣고 있던 학생들에게 피해가 되기 때문에 연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으로 말했던 것"이라며 "추가 시험을 한 번 더 치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복지부가) 지금 상당히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조속히 마무리되는 대로 현장에 안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대학, 전공과의 형평성 논란에 대해 최 실장은 "의료인력 수급의 원활함과 안정성을 최대한 유지해 국민 건강을 보호하려고 하는 공익적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수업을 듣지 못해 1학년 수업을 다시 들어야 하는 수강생이 늘어나 내년 신입생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노력은 하지만 불이익과 불편함이 초래될 순 있다"며 "학교와 정부는 신입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5주 안의 실습 보충으로 1학기 실습기간 19주를 모두 충족할 수 있을 것일지에 대한 질문에는 "지금으로서는 학생들이 돌아오고 적정 기간 실습과정을 이수한다면 국시를 치르는 데는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복지부와 교육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최 실장은 이번 가이드라인에 대해 "기존에 교육부에서 갖고 있던 행정적인 규제, 지침을 다 내려놓고 검토를 했다"며 "학생들이 돌아오기만 한다면 등록금, 장학금, 학자금 등 포괄적으로 걱정하지 않고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마련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