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환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향후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가 안정되고 있지만 통화정책 방향은 성장률이나 금융안정과의 상충관계를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통화정책 긴축기조 지속 등의 영향으로 근원물가 상승률이 2%대 초반 수준에서 안정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대 중반 수준으로 낮아지는 등 최근 물가는 긍정적인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유가상승 등에 따라 둔화 흐름이 일시 주춤할 수는 있겠으나 전반적인 디스인플레이션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는 수출과 내수가 동반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우리 경제는 수출 중심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하반기 중 내수도 점차 개선되면서 금년 중 2.5%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대출 연체율 상승과 집값 상승, 가계부채 증가 등을 우려했다. 그는 "국내 금융시스템이 대체로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으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부진, 취약부문의 채무상환 부담누증으로 연체율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연초보다 확대되고 있다"며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 주요국의 정치적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외환시장의 변동성은 높아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이런 점을 고려해 한은이 지난해 2월 이후 기준금리를 긴축적인 수준인 3.5%에서 유지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최근의 디스인플레이션 흐름과 성장·금융안정 간의 상충관계를 충분히 고려하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이 총재는 "한은이 통화긴축 장기화 등으로 자금사정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추가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 한시 특별지원’을 실시하는 등 취약부문에 대한 지원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금융,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 시 정부와 함께 시장안정 방안을 강구하고 유동성을 탄력적으로 관리하는 등 적극 대응했다"며 "금융불안 등에 대응한 시장안정 기능을 확충하기 위해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중앙회 등을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 선정 범위에 포함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 방안 모색과 관련해 최근에는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활용성 테스트와 국가 간 지급서비스 개선을 위한 아고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