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나눔재단 활동 삭제한 한국타이어

회사 ESG보고서에서 빠져
한국타이어 "활동·지원 내역 없어 삭제"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자료사진>

앤테크놀로지가 창업주가 만든 사회공헌 재단을 그룹 주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 실적에서 삭제했다. 회사 차원의 지원이 없었기 때문에 실적으로 포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조현범 회장이 친누나 조희경 재단 이사장과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최근 발표한 '2023-24 ESG보고서'에서 사회공헌 항목 중 한국타이어나눔재단의 내용을 모두 삭제했다. 지난해까지 보고서에서 재단 활동을 꾸준히 알려왔던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한국타이어나눔재단은 회사 창업주인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 명예회장이 축적한 부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취지로 1990년 출연해 세운 사회공헌 재단이다. 34년째 저소득층 의료 지원, 취약계층 주거 지원, 대학생 장학 사업 등을 펼쳐왔다. 조양래 명예회장의 장녀인 조희경 씨가 재단 이사장을 맡아 운영했고, 한국타이어측은 재단에 매년 20억~30억원가량 사업비를 지원해왔다.

하지만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은 형인 조현식 고문과 누나인 조희경 나눔재단 이사장, 조희원 씨 등과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자 2022년부터 재단 지원을 중단했다. 이후 한국앤컴퍼니와 사업회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난 4월 김앤장법률사무소를 통해 ‘한국타이어’ 명칭 사용을 3주 이내에 중단해달라는 내용 증명을 재단에 보냈다. 2022년 이후 사회공헌 활동을 함께하거나 후원하지 않았고, 앞으로 그럴 계획도 없기 때문에 한국타이어 명칭을 계속 사용한다면 상표권 무단 도용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통보한 것이다. 이어 지난달 3일에는 명칭 사용금지 등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조현범 회장이 지난해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이후 형제들과 화해 의사가 있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갈등은 계속되는 모습이다.

한국타이어 측은 "이번에 나온 보고서에는 지난해 지원한 내용이 없기 때문에 실적으로 포함할 수 없어서 뺀 것"이라며 "명칭 사용 금지 소송 때문에 ESG 보고서에서 내용을 삭제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타이어는 2022년에 재단에 전혀 사업비를 지원하지 않았음에도 2022-23 ESG보고서에 재단의 사회공헌 활동 내용을 포함했다. 올해 보고서에 관련 내용을 뺀 게 결국 소송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IT부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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