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婚중개업체]②'환불 해주면 회사 손해'…수백만원짜리 '꼼수 계약'

결혼정보업체 4社 상담 방문해보니
실제 횟수 대신 절반 기준 환불 적용
약관 벗어난 자체 환불 규정 업체도
상담시 '매물 공개' 개인정보법 위반 소지

편집자주저출생 시대, 지난해 혼인율은 역대 최저를 기록했지만, 결혼중개업체를 찾는 소비자는 늘고 있다. 결혼을 할 거면 불필요한 감정 소모 없이 원하는 배우자를 찾겠다는 20·30세대의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최근 10년 새 급격하게 결혼중개업 규모가 늘어나면서 관련 법은 소비자를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적게는 수백만 원,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지불하고도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거나 환불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i>"한 번 만남 후에는 환불이 어려워요."</i>

국내 ㄱ노블레스(성혼) 전문 결혼중개업체 대표는 상담 과정에서 '무제한' 계약의 환불 방식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수천만원을 내고도 1~2회 이상 만남 후엔 환불받지 못하는 셈이다. 대표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횟수 제한 없는 회사들에 약정 횟수를 걸어야 한다고 했지만, 회원이 86번을 만나고 환불을 해달라고 하면 손해 아니냐"라며 "그래서 환불이 안 되는 최소한의 횟수를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자가 지난달 국내 일반 결혼중개업체 2곳과 노블레스 전문 결혼중개업체 2곳을 방문해 계약서와 계약 조건을 직접 비교해 본 결과 업체 4곳의 계약 방식은 각기 달랐다. 명시적으로는 모든 업체가 공정위 표준약관상 기준을 근거 삼았지만 환불 기준이 되는 약정 횟수를 실제 서비스 횟수보다 줄여 정하는 등 '꼼수'가 만연했다. 심지어 법에 규정된 기준이 아닌 자체 기준으로 환불 방식을 정하는 업체도 존재했다.

4곳 중 2곳 '환불 적용은 절반만'

기자가 지난달 방문한 결혼중개업체 3곳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국내결혼중개 표준약관 상 환급 규정을 보여줬다. 하지만 별도 규정을 두거나 이를 지키지 않는 업체도 존재했다.[사진=박준이 기자]

업체들은 상담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공정위 '국내결혼중개 표준약관'을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1년 개정된 표준약관에 따르면 회사의 책임 없이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 위약금 10~20% 제외하고 회원가입비의 80~90%를 환불하게 돼 있다. 1회 만남 이후 해지된 경우 가입비에서 위약금 20%를 제외하고 남은 횟수(일수)만큼의 금액을 환불하도록 한다.

하지만 업체 4곳 중 2곳은 환불의 근거가 되는 '총횟수'를 실제 횟수보다 적은 '약정 횟수'라는 개념으로 따로 정하고 있었다. 이는 약관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은 방식이다. 업체들은 횟수제 계약의 경우 '3회(약정 횟수)+3회(서비스 횟수)', '4회(약정 횟수)+4회(서비스 횟수)' 등의 방식으로 서비스를 더 많이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환불을 받을 때는 전체 횟수의 절반가량인 약정 횟수만 기준으로 적용하는 식이다.

환불 규정이 복잡한 탓에 이용자들은 계약 당시 미리 전달받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업계 매니저 E씨는 "1년간 무제한이라고 말하고 정작 미팅은 환불 가능 횟수만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회원들은 횟수만큼 환불이 되는 줄 알지만, 실제 계약서를 보게 되면 약정 몇 회 이후 환불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약관 벗어난 '자체 환불 규정' 꼼수도

심지어 공정거래위 표준약관이 아닌 별도의 환불 기준을 마련한 업체도 존재했다. ㄱ결혼중개업체는 3개월 계약에 만남 1회, 6개월에 만남 2회, 12개월에 만남 3회까지만 환불 적용이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3개월 계약 시 만남이 1번이라도 진행됐을 경우 전액 환불이 어렵다는 의미다. 해당 업체를 이용했던 A씨는 "제공해주는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았고, 소개만 1번을 받았다고 절반의 기간이 남았는데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불공정하다고 느꼈다"고 토로했다.

표준약관상 회사의 귀책 사유가 있는 경우 1회 만남 전 회원가입비 원금에 회원가입비의 10~20%를 더해 환불하게 돼 있다. 1회 이상 만남이 이뤄졌을 경우 원금에서 잔여횟수 분을 뺀 후 가입비의 20%를 더해서 추가금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는 회사의 귀책 사유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결혼중개업체는 법무팀을 두고 소비자 분쟁 건에 대해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액 환불 및 가격 정찰제를 적용한 업체도 생겨났다. 강바다 우리의인연(우연) 대표는 "25년 전 공정위에서 정한 20%라는 위약금을 왜 아직도 고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헬스장이나 국제결혼중개업체도 위약금은 10%"라고 말했다. 이어 "서비스를 이용한 만큼만 차감되고 전액 환불을 해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약 전 '고객 정보' 공개…"개인정보법 위반 소지"

공정거래위원회 '국내결혼중개 표준약관' 중

본지가 방문한 노블레스 전문 업체 2곳은 계약 전 상담 단계에서 보유 고객의 개인 정보를 노출했다. 일종의 고객 유치 전략인 셈이다. ㄱ과 ㄴ결혼중개업체 관계자는 상담 과정에서 남성 고객 10여명의 사진과 함께 나이와 키, 직업, 거주지, 자산, 부모 직업·소득 등의 정보를 공개했다. 해당 관계자는 방문 상담을 온 기자에게 "우리 회사와 계약을 한다면 이런 사람들을 충분히 만날 수 있다"며 "두루두루 보여드리겠다"고 이른바 '매물'들을 펼쳐 보였다.

하지만 이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 표준약관상 제12조(개인정보의 보호) 3항에 따르면 제공된 개인정보는 당해 회원의 동의 없이 목적 외의 이용이나 제삼자에게 제공할 수 없게 돼 있다. 소개 등 회사업무에 필요한 경우 예외 사항을 두지만, 이 역시 소개를 전제로 하거나 당사자의 분명한 동의가 필요하다.

이수희 법률사무소 차율 대표변호사는 "노출 여부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사전 동의를 받지 않았거나, 노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고지한 범위가 실제 노출 범위와 다르다면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이러한 동의는 대부분 성혼을 목적으로 한 것이고 사업자의 잠재 고객 유치단계에서까지 고객의 정보를 활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하여도 좋다는 취지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사회부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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