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형기자
이혼 소송은 재벌은 물론 일반인에게도 길고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법정 공방 과정에서 전 배우자의 치부를 드러내기도 하며, 평생 어마어마한 위자료를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비극을 최대한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최근 중국에서는 일명 '내연녀 퇴치사'라는 직업이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맡은 의뢰는 '가정이 파탄 나기 전 남편, 혹은 아내의 불륜 상대를 원만하게 배제'하는 것이다. 이혼 전문 변호사보다 훨씬 저렴한 데다, 가정이 찢어지는 파국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내연녀 퇴치사(小三勸退師)의 한자 뜻을 직역하면, 내연녀(小三)에게 물러나도록 권유(勸退)하는 전문가(師)다. 즉 배우자의 불륜 상대를 설득해 배제하고, 가정을 지키는 일종의 컨설턴트다. 처음에는 중국 언론들이 붙여준 별명이었지만, 지금은 내연녀 퇴치사라는 단어 자체가 이런 가정 컨설팅 직종의 고유명사로 자리 잡았다.
중국은 공식적으론 공산주의 국가이지만, 그 어떤 시장 경제 국가보다 역동적인 사회를 갖췄다. 상하이 같은 상업 중심지는 어지간한 자본주의 국가보다 더욱 자본 친화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다만 아직 중국이 소득 수준은 미국·유럽 등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진 못했다. 심각한 가정 불화가 벌어져도 이혼 소송을 감당할 만한 부를 갖춘 가계가 많지 않다는 뜻이다.
반면 내연녀 퇴치사의 서비스 요금은 변호사보다 훨씬 저렴하고, 합의가 이뤄지는 기간도 훨씬 짧다. 영미 '법률 서비스'의 중국식 타협인 셈이다.
표면적으로는 컨설팅을 내세우고 있지만, 내연녀 퇴치사는 '사설탐정'에 더 가까운 직업이기도 하다. 이들은 배우자의 불륜 증거를 수집하고, 예비 신부나 신랑의 혼전 신용·신상 조사 등을 담당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불륜을 저지르다가 적발된 이들을 위한 컨설팅도 제공한다고 한다.
다만 이들은 내연녀 퇴치사가 실제 이혼 소송보다 훨씬 나은 솔루션이라고 주장한다. 내연녀 퇴치사 그룹의 공식 홈페이지 설명 자료를 보면, 이들은 "피해자의 정서적 문제를 (변호사보다) 더 잘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다"며 "우리는 적절한 조처를 통해 부부 관계를 정상으로 되돌릴 수도 있다. 어떤 부부라도 제삼자의 개입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고 강조한다. 때로는 매우 고통스러운 이혼 과정을 피할 차선책을 제공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