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 풀가동' AI PC 열풍에 '냉각팬 경쟁' 후끈

컴퓨텍스 2024 현장 르포
행사장 곳곳에 냉각팬 전시
1분당 2700번 회전 등
발열 잡기 기술 뽐내
SK하이닉스도 첫 참가

"차갑게(COOL)! 더 차갑게(COOLER)! 가장 차갑게(COOLEST)!"

PC 주변기기를 만드는 기업 ‘다크플래쉬(darkFlash)’는 5일 ‘컴퓨텍스 2024’가 열린 대만 타이베이 난강전시관 제1관에 마련된 자사 부스에 내놓은 냉각팬 신제품을 이 문구를 앞세워 소개했다. 홍보 책자에는 눈꽃 그림이 함께 삽입돼 보기만 해도 얼어버릴 듯한 인상을 남겼다. 다크플래쉬가 보여준 DX 시리즈 냉각팬 제품들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지만 한없이 조용했다. 그러면서도 색은 흰색과 검은색, 핑크색으로 다양하면서도 화려했다.

저소음 냉각팬은 올해 컴퓨텍스 전시 현장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제품 중 하나였다. 전시장을 단 몇 걸음만 가도 다른 회사의 제품이 등장했다. 밤거리에서 보는 네온사인처럼 영롱한 색을 뽐내면서 바쁘게 돌아가는 모습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4일 컴퓨텍스 2024가 열린 대만 타이베이 난강전시관에서 컴퓨터 주변기기 업체 '다크플래쉬'의 냉각팬 신제품 INF 24T 9개가 전시돼 있다. 사진=김형민 기자

4일 컴퓨텍스 2024가 열린 대만 타이베이 난강전시관에서 한 참가업체의 냉각팬 제품들이 유리와 금속으로 구성된 본체 안에 장착된 채로 전시돼 있다. 사진=김형민 기자

AI PC의 발달에 주목받는 냉각팬

전시 현장과 업계에 따르면 냉각팬은 인공지능(AI) 기술이 탑재돼 만들어지고 있는 현재 PC에서 매우 중요한 부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AI PC가 고도의 연산을 하기 위해선 AI 칩은 물론, 중앙처리장치(G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주요 장치들이 잘 구동돼야 한다. 이때 장치들은 열을 받아 뜨겁게 달아오르기 마련인데, 이 열을 식혀주는 냉각팬들도 최근 흐름에 맞게 바뀔 필요가 생겼다. 뜨거운 열을 쫓아내는 속도는 더욱 높아졌다. 전시장에서 본 냉각팬들은 구동 속도를 의미하는 ‘펌프 스피드’가 2700rpm 내외였다. 1분당 2700번 회전한다는 것이다. 냉각팬은 PC 하나에 최소 2개, 최대 5개까지 들어가 있었다. 최대한 많은 수를 배치해서 냉각 효과를 높이고자 했다. 냉각팬 역시도 뜨거워질 수 있기 때문에 서로를 식혀주는 기능도 했다.

냉각팬을 전시한 한 업체의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이 만들려는 AI 관련 장비들과 데이터센터들의 공통된 고민이 바로 발열"이라며 "앞으로 열을 식혀주는 냉각팬의 수요가 차츰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냉각팬 외에도 PC 내부장치의 열을 식히는 쿨링 제품들은 다양한 형태로 전시돼 있었다. 에너맥스(ENERMAX)란 업체는 냉각팬 옆에 차가운 물이 지나가도록 만들어 내부의 열을 식히는 ‘액체 쿨러(LIQUID COOLER)’ 제품을 전시해 방문자들에게 홍보했다. 액체 쿨러도 냉각팬처럼 화려한 색을 입혀 마치 용암 또는 폭포가 흘러내리는 모습을 형상화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4일 컴퓨텍스 2024가 열린 대만 타이베이 난강전시관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 기가바이트 테크놀로지의 전시 부스. 기가바이트는 여러 분야에서 개발한 제품과 다양한 기술들을 선보였다. 사진=김형민 기자

"IT에선 컴퓨텍스가 넘버원"

올해 컴퓨텍스에는 36개국에서 1500개 기업이 참여했다. 지난해보다 참가국은 26개국에서 10개 늘었고 기업 수도 1000개에서 500개 증가했다. 단 1년 만에 이뤄진 비약적 발전이다. 대만 현지와 업계에선 올해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하고 이에 따라 ICT 관련 산업도 크게 발달하면서 컴퓨텍스의 판이 커졌다는 이야기가 많다. 여기에 메모리 반도체 등 AI 관련 경쟁에서 대만이 두각을 나타내고 세계적인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하면서 전시회의 무게감을 바꿨다는 분석도 있다.

올리버 쿠오 기가바이트 테크놀로지 시니어 스페셜리스트는 "오늘 하루 동안 기가바이트 전시 부스에는 젠슨 황(엔비디아), 팻 겔싱어(인텔), 리사 수(AMD) CEO가 다녀갔다. 컴퓨텍스에서만 가능한 기회"라며 "컴퓨텍스는 회사가 가진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 전 분야의 기술들을 한자리에서 보여줄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도 소중한 행사"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인 CES보다 규모는 작지만 IT에서만큼은 컴퓨텍스가 ‘넘버원’"이라고 치켜세웠다.

4일 컴퓨텍스 2024가 열린 대만 타이베이 난강전시관에 SK하이닉스의 전시 부스도 마련됐다. 부스 벽면 중앙부에는 SK하이닉스가 자랑하는 HBM3E 제품이 전시돼 있다. 사진=김형민 기자

SK하이닉스 첫 참가, 눈에 띄는 곳에 HBM3E

우리 기업 중엔 SK하이닉스가 올해 컴퓨텍스에 처음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난강전시관 제1관 4층에 전시 부스를 차리고 투자자들과 기업 관계자들을 맞이했다. ICT, PC 관련 기업들이 많이 참가하는 이 전시회에서 SK하이닉스는 강점을 가진 메모리 제품들을 위주로 홍보했다. 주제는 ‘The Power of AI(AI의 힘)’로 정했다. 부스에 마련된 전시 벽면에는 자사가 자랑하는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3E를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뒀다. 바로 아래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메모리(Global No.1 Fastest Memory)’라고 썼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오는 7일까지 이어지는 전시에서 SK하이닉스는 대만 현지 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고객사를 확장할 기회를 모색한다.

산업IT부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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