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카디건, 김호중 스니커즈 팔아요?'…'블레임룩' 불티나는 이유

민희진·김호중 옷 고가에 판매
'블레임룩' 시초는 탈옥수 신창원
유명인 재력·사회적 인지도 선망 이중 심리

최근 사회적 논란을 빚은 유명인들이 공식 석상에 오르면서 착용한 의류, 액세서리 등이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4일 한 한정판 거래 플랫폼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어도어 임시주주총회에 관한 입장 발표'를 위해 참석한 2차 기자회견에서 입은 레몬색 카디건은 120만원 상당에 거래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제품은 일본 한 디자이너 브랜드 상품으로, 정가는 약 50만원대다.

해당 카디건은 민 대표가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일부 중고 거래 사이트를 중심으로 인기 키워드에 오르더니 곧바로 리셀 가격이 두 배 이상 치솟았다. 지난 4월 1차 기자회견 당시 민 대표가 착용한 초록색 맨투맨도 정가의 5배를 웃도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차 기자회견에서 민희진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최근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로 검찰에 넘겨진 트로트 가수 김호중씨가 착용한 액세서리도 연일 화제다. 김씨가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출석하면서 착용한 스니커즈는 같은 플랫폼에서 190만원 중반대에 거래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스니커즈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제품으로 정가는 약 170만원 중반대다. 스니커즈뿐 아니라 이날 김씨가 착용한 항공 점퍼와 안경 등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제품명을 묻는 문의 글이 쇄도했다.

부정적인 일로 사회적 주목을 받은 유명인들의 의류와 액세서리가 인기를 얻은 현상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0년대 말, 탈옥수 신창원이 체포 당시 입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미쏘니 티셔츠가 완판되면서 '블레임룩'이란 신조어가 처음 탄생했다. 블레임룩이란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거나 비난받는 대상의 패션이 대중의 관심과 인기를 끌게 되는 현상 또는 그러한 패션을 말한다. 이후에도 학력 위조 및 횡령 의혹으로 조사를 받던 신정아씨가 2007년 입은 명품 재킷이 전국 백화점에서 동나고, '국정농단' 최순실씨가 신은 구두가 화제를 일으키는 등 블레임룩은 인기를 이어갔다.

트로트 가수 김호중씨가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유명인 부도덕성을 손가락질하면서도 한편으론 그들이 지닌 높은 사회적 인지도와 재력을 동경하는 대중들의 이중 심리를 이런 현상을 유발하는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대중들이 현재 처한 상황보다는 그들이 지닌 기본적인 사회적 배경과 조건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이들이 착용한 의류와 액세서리 등을 따라 하면서 본인과 동일시하려 한다는 것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선택지가 넘쳐나는 사회에서 비록 부정적인 일에 연루됐을지라도 상당히 부유하고 사회적 인지도가 높은 이들이 입은 옷이라는 사실 자체가 대중들에게 일종의 보증수표가 된다"면서 "그들이 착용한 의류를 똑같이 구매함으로써 그들과 비슷한 스토리를 공유한다는 심리도 있다"고 설명했다.

긍정적 정보보다 부정적 정보에 더 크게 반응하는 인간의 성향을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인간은 긍정적 정보보다 부정적 정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는데, 광고에서도 아름다운 내용보다 부정적이고 어두운 내용을 활용해 더 큰 효과를 노리는 경우가 많다"며 "부정적인 사건에 연루된 유명인에게 더 큰 관심을 갖고 이들이 착용한 의류도 더 주의 깊게 살피는 대중 심리도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부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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