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지기자
과거 조선의 중심이 사대문에 그쳤다면 미래 서울의 중심에는 사대문에 이어 용산이 포함된다. 사대문은 역사·문화의 중심지로서, 용산은 서울의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릴 중심지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서울의 공간·환경 사업을 통합 관리하는 강병근 서울특별시 총괄건축가는 4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용산은 미래 서울의 변두리가 아닌 중심으로 들어가, 서울이 지구촌 1등 도시로 발돋움하는 데 중요한 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핵심 지역은 ‘용산국제업무지구’다. 높이 100층 안팎의 랜드마크와 약 50만㎡ 규모 녹지로 채워질 용산정비창 일대를 말한다. 이 지구 개발사업은 서울의 도시계획이 ‘도시공간구조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첫 사례다. 총 밀도(용적률)만 정해질 뿐, 용도는 시행자가 스스로 계획하는 시스템을 적용한다. 이를 통해 용산국제업무지구는 하나의 공간 안에서 일, 여가, 주거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첫 번째 ‘보행 일상도시’로 거듭난다. 기존에는 주거·업무·상업용지 등 토지를 용도별로 구분해 도시를 구성했다.
강 총괄건축가는 "서울시는 시 전역을 50여 개의 미래형 ‘보행 일상도시’로 구성하는 마스터플랜(종합계획)을 만들고 있다"면서 "용산국제업무지구는 100년 후 서울을 미리 경험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기존 강남, 여의도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도심"이라고 말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서울에 들어서는 최초의 ‘다층복합수직도시’로도 구성된다. 한 개 층의 수평적 도시가 아니라 지하, 지상, 공중 등 여러 개 층으로 구성된 입체적인 도시를 말한다.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조성되는 ‘스카이트레일’은 이 콘셉트를 상징하는 대표적 건축물이다. 1.1㎞ 길이 보행교는 단순 이동을 위한 길이 아닌, 다양한 경험이 이뤄지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지구의 주거 형태는 지구촌 수요를 흡수할 수 있도록 구현한다. 강 총괄건축가는 "용산의 주거 형태는 다층의 입체적 형태로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모습이 될 것"이라면서 "‘국제’업무지구인 만큼 한국을 넘어 지구촌 수요가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은 집값, 교육비, 생활비가 과도하게 비싸고, 출·퇴근, 통학 거리가 길어 ‘삶의 질’ 측면에서 외국 도시와의 경쟁에서 밀린다"면서 "용산국제업무지구처럼 보행 일상도시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서울시민 삶의 질과 도시의 품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녹지는 사업 부지(49.5만㎡)에 맞먹는 약 50만㎡ 규모로 조성된다. 이곳은 공공 공간으로 구현된다. 거주자뿐 아니라 이곳에 거주하지 않는 시민, 지구촌 구성원 누구나 공원, 광장, 골목, 가로 등을 향유할 수 있다. 강 총괄건축가는 "쉽게 말해 광화문광장, 서울대공원 같은 공간이 50만㎡ 크기로 제공된다는 것"이라면서 "지구촌 어디에도 이런 도시를 기획해 만든 사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용산공원은 서울을 대표하는 공원으로 구현한다. 그는 "용산공원은 지구촌 도시들과 경쟁하는 서울의 중심 공원"이라면서 "뉴욕에 센트럴파크, 런던에 하이드파크가 있다면 서울에는 용산공원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총괄건축가는 국제업무지구 내 녹지공간과 용산공원이 서울을 세계 최고의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으로 봤다. 그는 "기술은 비슷한 수준으로 따라갈 수 있지만, 자연은 다른 국가가 따라 할 수 없는 독창적이고 차별적인 유산"이라면서 "서울은 전체 면적의 43.8%가 산, 강, 공원과 같은 자연으로 이뤄져 있다. 대체 불가능한 감성 요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도시"라고 강조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같은 보행 일상도시 조성 사업은 정해진 용적률 안에서 민간이 사업 실행과 시행, 투자를 스스로 계획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는 민간이 세운 계획을 조정, 관리하는 역할만 한다. 시는 마스터플랜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할 방침이다. 강 총괄건축가는 "별도의 관리기구나 조직을 구축해 사람이 바뀌어도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