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하이브·엔씨소프트 주목한 UAE 대통령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의 1박 2일 국빈 방한은 정치권뿐 아니라 재계에도 적잖은 화제였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아랍국가 처음으로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체결하는 성과는 차치하더라도 UAE 대통령 간담회에 재계 인사들이 총출동하는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무함마드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들과 간담회를 치렀다. 하지만 이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간담회 이후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조만호 무신사 총괄대표, 송치형 두나무 회장 등과의 별도 만남이었다. 우리 재계와의 접점을 넓힌 것인데, UAE가 우리 제조업뿐 아니라 소프트파워에도 주목한다는 의미라는 평가가 나왔다.

우리나라가 UAE와 수교를 맺은 건 지난 1980년이다. 중동 외교가 취약한 상황에서 석유 부국인 UAE와의 수교는 반드시 필요했다. 당시 UAE의 석유매장량은 300억배럴로 평가됐다. 무엇보다 UAE와의 외교관계 수립이 특별했던 건 중동에서 체제경쟁을 벌이던 북한을 제치고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UAE는 우리가 외교관계를 맺은 13번째 중동국가로, 북한 수교국인 12개국을 처음으로 넘었다.

UAE와의 인연은 이후 각별해졌다. 2009년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 수주는 한국형 원전의 첫 수출 사례로 기록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양국 교역 규모도 대폭 늘어 수교 당시 1억2000만달러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대(對) UAE 수출 규모는 지난해엔 44억달러에 달했다. 원전 수출 이후엔 한 해 수출액이 70억달러를 웃돌기도 했다.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UAE에선 원전, 방산 등 중후장대 산업뿐 아니라 K-콘텐츠 인기가 높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내놓은 ‘해외 콘텐츠 시장 분석 보고서’를 보면 네이버 웹툰은 UAE의 4대 온라인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지난해엔 넷플릭스 순위에서 우리나라 드라마가 상위 10편 가운데 3편이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2년 이 나라의 콘텐츠 시장 규모는 92억7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1.2% 성장했다. 컨설팅회사 PwC는 2027년엔 그 시장 규모가 128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산업에서도 UAE 영향력은 작지 않다. UAE는 반도체 수출국이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수출규모는 3억5000만달러였다. 올해 1분기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 350억달러의 100분의 1에 불과하지만 UAE의 반도체 수출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특히 세계 5위 파운드리기업인 글로벌파운드리스의 소유주는 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투자공사다. 글로벌파운드리스는 미국 반도체법에 따른 정부 보조금을 처음으로 받은 기업으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번 재계 총수들과의 만남이 주목되는 건 한·UAE의 경제협력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드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와 두나무, 엔씨소프트 등 기업들에 직접 연락할 정도로 UAE는 우리의 소프트파워에 진심 어린 관심을 보이고 있다. UAE는 수교 때부터 우리나라 중동 진출의 교두보로 기대를 모았다. 중동에는 1억명의 인구 대국인 이집트, 이라크 등이 있다. UAE 대통령 방한으로 우리 기업의 중동 사업은 또 다른 기회를 맞게 됐다.

산업IT부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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