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표심 놓치면 패배'…바이든, 등 돌린 흑인 유권자에 구애

명문 흑인대 모어하우스대 졸업식 축사
흑인 유권자 접촉 확대…집토끼 잡기 사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전통적 지지기반인 흑인 유권자들의 지지율이 심상치 않자 '집토끼' 단속에 나섰다. 인플레이션, 중동전쟁으로 젊은층과 유색인종 등 지지층이 이탈 조짐을 보이자, 흑인 유권자 표심 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위치한 모어하우스대 졸업식에서 축사를 했다. 모어하우스대는 명문 흑인대 중 하나로 미국 흑인 인권 운동 대부인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모교이기도 하다.

미 전역에서 대학생들의 반전 시위가 확산되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 해결과 함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즉각적인 휴전 필요성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무고한 팔레스타인인들"을 언급하며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이어 "가자지구에 더 많은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하고, 이 지역에 견고한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서 쉴 새 없이 일하고 있다"며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 상황이다. 그래서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고 강조했다.

백인 경찰관의 과잉 진압으로 지난 2020년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거론하며 감정에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여러분은 조지 플로이드가 살해당한 해에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며 "흑인 청년이 길거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무엇이 민주주의인지 의문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무엇이 민주주의인가"라고 반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흑인의 역사야말로 미국의 역사"라며 "난 미국 대법원에 자랑스럽게 최초의 흑인 여성을 임명했고, 최초의 흑인 대통령 밑에서 부통령을 지냈으며, 최초의 유색 여성이 현재 나의 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은 흑인 유권자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워싱턴 D.C.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문화 박물관을 방문한 데 이어 18일에는 흑인 유권자가 33%인 조지아주를 방문했다. 조지아주는 지난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흑인들의 몰표를 받아 1%포인트 미만 차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승리한 지역이다. 그는 이날 오후에는 경합주 중 한 곳인 미시간주를 찾아 흑인 중소기업 대표들을 만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흑인 유권자 표심 잡기에 힘을 쏟는 것은 최근 지지층 이탈 조짐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 블룸버그 통신과 모닝 컨설트 조사에 따르면 경합주 흑인 유권자의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63%로 집계됐다. 2020년 대선에서 전체 흑인 유권자의 92%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몰표를 준 것에 비춰 보면, 전통적 지지층의 민심 이반 현상이 뚜렷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흑인들의 지지율은 공화당 후보 중 역대 최고다.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경합주 유권자를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흑인 유권자층에게서 공화당 후보 중 역대 가장 많은 20% 이상의 지지율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통신은 "특히 흑인 남성들이 민주당에서 멀어지는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2020년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신승한 이후 그의 재선 전망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부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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