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요일日문화] 일본인은 국내여행 어디 갈까…황금연휴 '골든위크' 시작

자연 경관 좋은 근교 소도시 여행 각광…테마파크도 주목

2024년 새해를 맞이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4월도 지나 5월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5월은 우리나라도 노동절, 어린이날 등 쉬는 날이 많아 숨통이 좀 트이는데요. 일본도 이 시기 황금연휴인 '골든위크'에 접어듭니다.

골든위크는 4월 말에서 5월 초 일주일에서 많게는 2주 정도까지 쉴 수 있는 연휴를 뜻합니다. 직장인에게도 짧은 방학이 주어지는 셈인데요. 4월 29일 '쇼와의 날', 5월 3일 '헌법기념일', 4일 '녹색의 날', 5일 '어린이날'로 구성돼있습니다. 올해는 4월 27일 토요일부터 시작하네요.

황금연휴다 보니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 일본 사람들도 정말 여행을 많이 떠나는데요. 해외도 해외지만 일본 사람들은 어디로 국내 여행을 많이 가는지가 급 궁금해져서, 저도 한번 찾아봤는데요. 일본 온라인 매체 마이나비에서 '황금연휴 렌터카를 이용해 떠나고 싶은 관광지' 설문 조사를 보도했더라고요. 이를 토대로 오늘은 일본 사람들이 황금연휴에 떠나는 국내 여행지들을 소개합니다.

관동지방 주민이 뽑은 휴양지: 후지산·히타치해변공원·도쿄 디즈니랜드

도쿄를 포함한 관동지방에 사는 주민들을 기준으로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은 후지산, 히타치해변공원, 그리고 도쿄 디즈니랜드였습니다. 이 기간 디즈니랜드 가시는 분들은 사람 붐비는 것은 생각하고 가셔야겠습니다.

후지산의 타누키호수 전경. 사진은 제가 지난해 골든위크에 방문해 찍었습니다.

먼저 후지산은 도쿄나 시즈오카에서 올라갈 수 있는데요, 입산 시기를 열어놓고 있어 황금연휴 기간에는 정상 완등은 불가능하지만, 타누키호수와 폭포는 구경이 가능합니다. 버스로도 올라갈 수 있고요. 이 기간 축제도 열리기 때문에 연휴의 기분을 마음껏 즐길 수 있습니다. 도쿄에서 출발한다면 후지산 인근 놀이동산 후지큐를 방문할 수도 있죠. 도심에서 얼마 가지 않고 볼 수 있는 자연이라는 점이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히타치해변공원은 도쿄에서 두시간 거리 이바라키현에 위치한 공원인데요. 이곳은 세계에서도 유명한 꽃 관광지입니다. 특히 봄에는 작고 파란 꽃 '네모필라'가 가득 핀 꽃밭이 유명합니다. 530만송이가 있다고 하는데요. 원래는 미군 폭격 연습장이었는데, 인공 언덕을 만들고 황무지에 꽃을 심다 보니 지금의 모습이 됐다고 합니다.

히타치해변공원에 핀 네모필라.(사진출처=히타치해변공원)

주부지방 주민이 뽑은 휴양지: 이세신궁

주부지방은 일본의 중앙에 위치한 광역지자체를 뜻합니다. 나고야가 가장 큰 도시죠. 주부지방 주민들은 이세신궁을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라고 응답했네요. 이세신궁은 일본에서 가장 큰 신사로, 미에현 이세시에 있습니다. 일본 건국 신화에 등장하는 태양신인 아마테라스를 모시는 곳인데요. 왕실 제도가 있는 일본에서는 천황이 곧 태양이기 때문에, 사실상 이의 근간이 되는 신성한 장소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연례행사로 새해 총리가 참배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밖에도 나고야 필수 여행코스로 꼽히는 지브리 파크도 이름을 올렸네요.

관서지방 주민이 뽑은 휴양지: 아와지시마

오사카, 고베 등 '간사이'로 불리는 관서지방 주민들은 아와지시마를 가고 싶은 여행지라고 꼽았네요. 아와지시마는 일본 효고현 소재의 섬으로 오키나와, 쓰시마섬에 이어서 일본에서 7번째로 큰 섬입니다. 바다와 함께 예쁜 꽃밭이 있어 사진 찍기에도 좋고, 맛있는 음식도 많아서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유명한 것은 일본 원숭이입니다. 아와지시마몽키센터가 있는데요. 다만 5월 3일, 4일, 5일은 사람이 많이 몰릴 것을 고려, 사고 예방을 위해 임시휴업한다고 하니 가시는 분들은 꼭 일정을 확인하셔야겠습니다.

아와지시마 몽키센터 홈페이지에 소개된 꽃을 바라보는 원숭이.(사진출처=아와지시마 몽키센터)

주고쿠·시고쿠 주민이 뽑은 휴양지: 이즈모 대사

히로시마, 다카마쓰 등이 속한 주고쿠와 시고쿠지방 주민들은 이즈모 대사를 휴양지로 뽑았네요. 시마네현 이즈모의 큰 절을 뜻합니다. 이즈모 대사는 일본 신화와 많은 관련이 있는데요. 이즈모 대사는 오오쿠니누시노오오카미로 불리는 대국 주신이 일본을 넘겨주는 조건으로 '내 거처가 될 훌륭한 신궁을 지어주면 거기에 내가 살겠다'라고 해 창건됐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일본을 있게 한 신을 모시는 곳이죠. 그래서 이곳은 회사로 따지면 일본 신들의 본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즈모대사의 전경.(사진출처=이즈모대사)

그래서 일본의 수많은 신들은 음력 10월 자신의 관할구역을 떠나 모두 이곳에 모여 회의를 갖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음력 10월은 일본에서 신들이 모두 사라지는 달이라고 부르는데요. 이들은 이즈모대사에서 모두 만나 연례 정기회의를 합니다. 대신 11월 이곳 지역 주민들은 신들의 회의와 방문을 축하하는 축제를 열죠.

이즈모타이샤는 또 인연을 맺어주는 절로도 유명한데요. 단순히 남녀의 인연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람과 물건, 사람과 사회를 이어주길 바라며 다양한 인연을 맺어준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전국의 모든 신들이 매년 모여 이리저리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각자 관할 지역 신세 한탄도 하고 조언도 구하겠죠. 그리고 사람 좋은데 왜 만나는 사람이 없을까 하는 이야기가 나오면 서로 괜찮은 사람 이어주고 싶겠죠. '무스비'로 통용되는 일본의 문화가 잘 드러나는 장소라 볼 수 있겠습니다.

규슈·오키나와 주민이 뽑은 휴양지: 하우스텐보스

하우스텐보스는 일본 나가사키현 사세보시에있는 테마파크입니다. 일본 3대 테마파크로 꼽히는데요. 네덜란드를 모티브로 중세 유럽의 분위기를 재현한 곳인데요. 유럽의 회색 건물, 그리고 자갈길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정말 외국에 온 기분을 준다고 합니다. 황금연휴 기간에는 장미축제가 열린다고 합니다.

하우스텐보스의 전경.(사진출처=하우스텐보스)

이렇게 일본 곳곳에 숨은 인기 있는 국내 관광지를 알아보았습니다. 사실 이 시기 일본 여행을 한다면 단단히 마음을 먹고 가야 합니다. 웬만한 맛집은 외국인과 자국 관광객이 뒤섞여 정말 혼잡해지고, 주인도 덩달아 휴가를 가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시기 일본 여행 가신다면 식당이나 주요 관광지 일정 꼭 확인하고 가시길 바랍니다.

기획취재부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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