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희기자
걷기를 통해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우울감을 낮추는 등 '마음근육'을 키울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평상시 걷기를 실천할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함을 경험하는 비율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자체별 우울감 경험률 현황을 25일 공개했다. 우울감 경험률은 최근 1년간 연속적으로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우울감을 경험한 성인의 비율을 뜻한다. 전국의 19세 이상 성인 약 23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지역사회건강조사' 자료를 상세 분석한 결과다.
우리나라 성인의 우울감 경험률의 최근 10년간 추이는 2014년 6.4%에서 2018년 5.0%까지 낮아졌지만 이후 코로나19 유행 등의 여파로 지속해서 증가해 지난해에는 7.3%까지 다시 상승했다.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나빠진 정신건강이 일상 회복 이후에도 아직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며 "대도시의 우울감 경험률이 농어촌에 비해 높은 경향을 보였는데 이는 도시와 농촌지역의 물리적 환경과 지역사회교류 기회 등 여러 요인의 차이로 추정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부 유형별로 우울감 경험률을 살폈을 때 평소 걷기를 실천해 온 사람은 우울감 경험률이 6.9%로 미실천한 사람의 8.9%보다 2.0%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등도 이상의 신체활동의 경우에도 실천한 사람의 우울감 경험률이 6.7%로 미실천 8.2%보다 더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유지됐다. 질병관리청은 "신체활동 실천과 정신건강이 영향 관계에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또한 홀로 살 경우 우울감 경험률이 12.1%로 2인 이상 가족과 사는 경우(7.1%)보다 5.0%포인트 높았고, 배우자 유무에 따라서도 3.2%포인트의 격차가 일어나는 등 1인 가구 또는 배우자가 없는 상황의 고립감이 정신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우울감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 간의 상호 관련성을 분석한 결과 ▲여성(1.6배) ▲경제활동 안 하는 경우(1.5배) ▲가구 소득 200만원 미만(1.6배, 500만원 이상 대비) ▲주관적 건강을 나쁘게 인지한 경우(2.8배) ▲스트레스 많이 받는 경우 (5.7배)에도 우울감 경험률이 통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우울증은 방치될 경우 자살 등 심각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어 증상이 의심되는 경우 전문가 또는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며 “치료뿐만 아니라 평소에 규칙적인 운동, 사람들과 어울리기, 금주, 건강한 식습관과 수면 습관 유지 등 건강한 생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