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인공지능(AI)이 조종하는 전투기와 미국 최고의 전투기 조종사인 '탑건'이 하늘에서 맞붙은 공중전 시험이 벌어졌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스위크는 미국에서 AI 전투기와 유인 전투기 간의 공중전 시험이 처음으로 실시됐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 시험이 미국 국방부 산하 고등계획연구국(DARPA) 주도로 지난해 9월 미 캘리포니아 에드워즈 공군기지 상공에서 이뤄졌다고 전했다.
DARPA가 시험의 일부를 공개했는데, 당시 AI가 조종하는 F-16 개조 전투기(X-62A)와 인간 조종사가 모는 F-16은 최대 시속 1931㎞로 상대방 주변을 비행했다. AI F-16은 방어 및 공격 기동을 하며 유인 전투기에 약 610m까지 근접했다. 가시거리 내 근접 공중전인 이른바 '도그파이트(Dogfight)'가 벌어진 것이다. 다만 이 공중전에서 어떤 F-16이 우위를 차지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DARPA는 이 공중전에 대해 "AI가 항공기를 조종하는 자율 전투시스템을 개발하는 '공중전 진화(ACE)' 프로그램의 중요한 진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랭크 켄달 미 공군장관은 "기계학습(머신러닝) 기반 AI의 자율성이 어떻게 역동적인 전투 기동 비행에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2023년은 ACE 프로그램이 기계학습을 공중에서 현실로 만든 해"라고 자평했다.
ACE 프로그램은 2022년 12월 시작됐다.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을 통해 21차례의 AI 전투기 시험 비행이 이뤄졌으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10만회 이상의 소프트웨어 수정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DARPA는 AI 전투기 개발 상황과 관련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F-16 전투기는 미국 록히드 마틴사가 생산하고 있는 다목적 전투기로, 현재 생산 중인 전투기 기종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 1974년 당시 제작사 제너럴다이내믹스가 초도비행을 하고 1978년 미군에 도입된 이래, 지금까지 개량을 거듭하며 계속 생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공군에서도 F-15K와 함께 주력 기종으로 운용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