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위기까지…불확실성 확대에 코스피 살얼음판

코스피·코스닥 1%대 약세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불거지며 변동성 확대
고환율 자극하며 외국인 수급에도 영향 우려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확대되면서 증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총선 이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동력 약화 우려, 미국 물가 불안에 따른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 달러 강세 등 대내외 불확실성 여파에 코스피가 2600선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또 다른 악재가 불거지며 당분간 살얼음판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인한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유가 상승우려 등의 영향으로 15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하락 출발했고 원달러 환율은 상승했다.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주가와 환율 등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15일 오전 9시15분 현재 코스피는 전장 대비 34.09포인트(1.27%) 내린 2647.73, 코스닥도 13.74포인트(1.60%) 내린 846.73을 기록했다.

증시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중동발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경계심이 커진 투자심리에 다시 한번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 보인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 약화와 미국 금리 인하 지연 우려 등으로 지난주 코스피는 종가 기준 16거래일만에 2700선이 무너졌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도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JP모건, 웰스파고 등 주요 은행주들의 올해 1분기 실적 부진, 미시건대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등 대내외 불안이 부각되며 세 지수 모두 1%대 약세를 기록했다. 이에 국내 증시도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 지정학적 긴장 격화 여부, 미국과 중국의 소매판매·산업생산 등 실물 경제지표, 골드만삭스·테슬라·넷플릭스 등 미국 주요 기업들의 실적,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외국인 순매수 변화 가능성 등에 영향을 받으면서 주중 변동성 장세를 연출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에도 그랬듯이 지정학적 리스크는 분명 위험요인으로, 단순히 위험자산을 피하고자 하는 행태를 야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물 경제에 수요 확대를 수반하지 않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당장 미국도 조정을 받은 판국에 이로 인한 국내 증시 조정도 불가피할 듯"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 수급이 변수…조정은 매수 기회로 '활용'

특히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가 상승과 달러 강세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 요인이다. 달러 강세는 그동안 증시를 떠받쳐온 외국인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코스피는 지난 12일 원·달러 환율 급등에 외국인 수급이 악화되며 2700선 아래로 내려왔다. 원·달러 환율은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1조2000억원 이상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고 원·달러 환율도 2022년 11월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높다"면서 "중동 불안이 달러 강세를 지지하고 있어 당분간 환율의 하방 경직성과 외국인 수급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중동 지정학 리스크 등 대외 요인이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고 동시에 고유가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면서 "한국 증시는 고환율과 고유가를 악재로 인식하는데 공교롭게도 한국 증시의 최대 불안 요소인 고환율과 고유가가 겹친 상황으로 시장에 대해 보수적인 접근 방법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추가 공격이 이어지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욱 고조될 것이란 불안감에 주식투자 비중을 줄일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많다. 한지영 연구원은 "이스라엘의 추가 공습 및 이란의 맞대응 구도 반복, 그에 따른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개입 강화 등과 같은 워스트 시나리오를 베이스로 상정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신 추가 무력 공격은 없는 채 외교 갈등이 지속되는 시나리오를 베이스로 상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Fed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전망이 갈수록 뒤로 밀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1분기 실적시즌도 순조롭게 출발하지 못하고 있는 등 증시 안팎으로 녹록지 않은 환경 속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새롭게 가세한 것은 부담스러운 일일 수 있으나 관련 데이터와 정황을 종합해 보면 위험관리가 필요한 시기이긴 해도 과도한 불안감을 가지고 주식 포지션을 중립 이하로 줄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양호한 기업 실적을 감안할 때 전쟁 이벤트 부각은 저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며 지수는 하락하겠지만 이란과 미국의 초기 행동과 미국이 대선 연도라는 특성을 감안하면 5차 중동전쟁으로의 확산 가능성은 낮다"면서 "기업 이익이 증가하는 시기에 전쟁 이벤트 부각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어 코스피 2500대에서는 매수 대응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강재현 연구원도 "지정학적 리스크를 제외하면 증시의 상방도 여전히 열려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면서 "이 위험이 너무 장기화돼 유가를 더 크게 들어 올리지만 않는다고 하면 지금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로 인한 증시 조정은 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상황에서 관심을 가질만한 업종으로는 반도체, 자동차 등이 꼽힌다. 김영환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에 따른 달러 강세, 원화 약세 진행으로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수출주에 추가적인 모멘텀이 있을 것"이라며 "반도체, 자동차, 기계 업종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자본시장부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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