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현기자
올해 취재를 하면서 만난 카드업 종사자들은 하나같이 업황이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0%대의 가맹점 수수료율로 본업에서 수익을 못 내는 데다 고금리 장기화로 자금조달비용도 치솟았다는 이유다.
카드업계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생길 것도 잠시, 최근 공개된 카드사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고 나니 이런 생각은 싹 사라졌다. 업황 악화로 실적이 줄어든 와중에도 금융권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가져갔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융권에서 평균연봉이 가장 높았던 곳은 카드사였다. 삼성카드 임직원 평균연봉은 1억4600만원으로 보험사 1위인 삼성화재(1억4394만원)보다 많았다. 연봉 상위 톱4 카드사의 평균연봉은 1억2525만원으로 톱4 은행 평균연봉(1억1600만원)보다 높았다.
이들의 고액연봉이나 높은 성과급에 따가운 시선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건 액수가 많아서가 아니다. 카드사들이 최근 실적 악화를 명분으로 연회비를 높이고 혜택이 좋았던 카드를 급하게 단종하면서도 자신들의 보수는 철저히 지켜냈다는 데 있다. 지난해 8개 전업 카드사가 단종한 카드는 458종으로 전년대비 4배 늘었다. 그러면서도 이들의 연회비 수익은 1조3312억원으로 8.6% 증가했다. 무이자 할부 혜택을 줄인 영향으로 할부수수료 수익도 3조1734억원으로 31.5% 급증했다.
카드사는 타 금융사와 비교해 정부가 독려하는 '상생금융'에도 소극적이다. 지난해 8월부터 올 2월 말까지 카드사 등 9개 여신전문회사의 상생금융 참여액은 1189억원으로 목표치의 55.1%를 실현하는 데 그쳤다. 은행권은 9076억원으로 95.3%를 실현했다. 보험권도 올해 자동차보험료를 평균 2.5% 낮춰 약 5200억원을 기여했다.
카드사들은 최근 '채무면제·유예상품'(DCDS) 수수료로 지난해에만 900억원의 수수료를 거둬들였다는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DCDS는 수수료를 낸 고객이 사망·질병 등으로 카드값을 내기 어려워졌을 때 카드 채무를 면제·유예해주는 일종의 보험상품이다. 불완전판매 논란으로 2016년 판매가 중단됐다. 하지만 이후 기존 가입 고객에게 해지 가능 여부를 고지하지 않고, 최근 7년간 9000억원의 수수수료를 챙겼다.
올해는 3년 주기인 가맹점 수수료율을 책정하는 해다. 카드업계는 총선 이후 본격적인 공론화를 통해 숙원사업인 수수료율 인상을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스스로 자초한 '금융권 최고 연봉'이라는 타이틀로 소상공인·금융당국·정치권 등 이해당사자들 앞에서 얼마나 호소력을 가질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