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사퇴하라”…예루살렘에 시위대 10만명 운집

이스라엘에서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AP통신 등 주요 외신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에 있는 크네세트(의회) 건물 앞에 10만명에 육박하는 시민들이 모여 네타냐후 정권의 퇴진을 촉구했다. 또 즉각적인 조기 총선 실시와 인질 협상 합의 요구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시위대는 이스라엘 정부가 하마스를 뿌리 뽑지 못하고, 100여명의 인질도 데려오지 못한 채 6개월 가까이 전쟁을 끌고 가는 것에 대해 분노를 표출했다. 여기에 초정통파 유대교도 청년들의 병역을 면제해준 것과 더불어 네타냐후 총리의 아들인 야이르 네타냐후가 개전 후 6개월째 미국 마이애미에 피신해 있는 점도 비판했다.

시위에 참여한 누릿 로빈슨씨는 주요 외신에 "완전히 실패한 정부"라며 "그들은 우리를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고 분노했다. 친척이 인질로 잡혀갔다는 아이나브 모세 씨는 "6개월이 지났는데도 네타냐후가 장애물이라는 것을 정부는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다"며 "네타냐후가 인질 구출을 진정으로 원하지 않는 것처럼 정부 역시 인질 구출 임무에 실패했다"고 개탄했다.

이스라엘 N12 뉴스 등 현지 언론은 이날 크네세트 앞 시위대 규모가 지난해 10월7일 전쟁 발발 이후 최대로, 지난해 네타냐후 정부의 사법부 무력화 입법 반대 시위를 연상케 한다고 전했다. 주요 시위가 진압된 후에도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도로에 불을 붙이는 등 인근 고속도로 봉쇄를 시도하다 경찰에 제지됐다. 또 다른 참가자들은 예루살렘으로 통하는 입구를 막으려다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최소 한 명의 시위자가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시위대의 퇴진 요구를 일축했다. 전쟁 중인 지금 총선을 치르면 행정이 마비되는 것은 물론, 인질 협상이 6∼8개월간 멈추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나라는 이미 마비됐다"며 "전쟁, 인질 협상, (헤즈볼라의 공격을 받는) 북부지역까지 모든 것이 마비됐고 실패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예루살렘 의회 앞에 모인 시위대는 인근에 텐트를 치고 앞으로 나흘간 시위를 이어갈 방침이다.

국제부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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