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편의점 홍보맨이 쓴 ‘어쩌다 편의점’<1>

편집자주혹시 편의점에 처음 갔던 날을 기억하는가? 1989년 우리나라에 최초의 편의점이 문을 열었고, 그로부터 3년이 지난 1992년 삼각김밥이 처음 등장했다. 삼각김밥은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과 바쁜 직장인들 사이에 인기를 끌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서민 음식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오늘날 편의점은 전국 점포 수 5만여개, 하루 이용자 약 1600만명, 업계 종사자 30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소비 채널이자 생활 공동체가 됐다. 이번 주 <하루천자> 코너에선 12년째 편의점 홍보팀에서 일하고 있는 유철현 BGF리테일 수석이 이런 편의점 세계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유쾌한 시선으로 펼쳐낸 <어쩌다 편의점>을 소개한다. 글자 수 1041자.

물론 서비스 현장인 점포에서 근무자의 유니폼 착용은 여전히 필수다. 제복 효과라는 것이 있다.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심리와 행동이 결정되고 다른 사람 역시 복장을 통해 그 대상을 평가한다는 이론이다. 표준화와 통일성을 중시하는 프랜차이즈 서비스업에서 유니폼은 근무자에겐 책임감이고 고객에겐 믿음과 신뢰를 의미한다.

나에게 이를 가장 잘 보여준 사람이 L점주였다. 한 여대 앞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그녀는 영양사 출신이었는데 전직의 습관대로 항상 승무원처럼 올림머리를 하고 블라우스 정장 위에 유니폼을 입은 차림으로 근무했다. 손님들에게 최대한 정갈하고 친절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처음 방문한 손님은 그녀의 옷차림을 보고 여기가 편의점인지 비행기인지 어리둥절 놀라기도 한단다. 유니폼을 입는 것은 서비스의 시작이며 손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그녀는 말했다. L점주는 초등학생에게도 존댓말로 대했고 소나기가 오는 날엔 손님에게 자신의 우산까지 빌려주며 감동 서비스를 제공했다. 손님들 역시 그런 L점주를 단순히 동네 편의점 아줌마로 보지 않았다. 모두 그녀를 깍듯이 대했고 또 존중했다. 옷이 매너도 사람도 만든다는 게 맞았다. L점주는 유니폼 하나로 자신과 자기 편의점의 품격을 높일 줄 알았다. 편의점 유니폼이 때론 백화점 명품보다 훨씬 더 빛나고 특별해 보일 때가 있다. 그것은 바로 한 사람의 진심이 묻어있을 때다.

우리는 매일 아침 ‘오늘 뭐 입지?’를 고민한다. 옷은 그 사람의 개성과 정체성을 나타내는 요소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옷을 단지 외모를 꾸미는 수단으로만 생각할 뿐 그 옷차림이 정작 우리 내면을 단장시켜준다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한다. 옷을 입는 행위는 ‘남들에게 내가 어떻게 보이고 싶다’를 설정하기 이전에 ‘내가 나를 어떤 사람으로 정의하느냐’의 문제다. 스타일은 남을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나의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나의 하루, 나의 인생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의 시선을 통한 나보다 나에게 비친 내 모습이 멋있을 때 그게 진짜 옷을 잘 입는 거 아닐까?

-유철현, <어쩌다 편의점>, 돌베개, 1만7500원

산업IT부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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