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주기자
김민영기자
최근 불공정거래 행위는 더욱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가조작 세력이 모여 1년 이내에 시세차익을 얻는 단순한 구조였다. 작년 라덕연 사태 이후 범죄 수법과 참여자의 계층 모두 다양해지고 있다.
21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남부지검)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수사·감독당국은 불공정거래 조사 및 수사에서 가상자산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주식 시장에서 활동하던 시세조종꾼들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넘어와 거액을 편취하거나, 가상자산 시장에서 사업을 명목으로 투자금을 마련해 주식시장에서 시세조종을 하는 경우가 등장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불공정거래 조사에서 자금을 추적하면 가상자산 시장에서 자금을 유치해 (주식시장) 시세조종 자금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금융감독원이 오는 7월에 가상자산 조사를 시행할 예정인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연계 조사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일환으로 금융위원회와 법무부 등은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가상자산 불공정거래에 대한 긴급조치(패스트트랙) 도입 방안 등이 담긴 '조사업무규정'을 논의 중이다. 금융당국은 오는 7월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에 맞춰 해당 규정을 적용할 방침이다. 주식 시장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불법 행위에 대해 신속한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부지검과 금감원도 법 시행과 함께 가상자산 시장을 넘나드는 불공정거래 행위 수사 및 조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주가조작 수법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해 발생했던 라덕연 사태가 분기점이었다. 그동안 시세조종이 이뤄지는 형태가 초단기 알고리즘을 통해 짧은 기간에 주가를 올려 시세차익을 챙기는 박리다매식 전략을 취했다면, 라덕연 일당은 3년에 걸쳐 서서히 주가를 올리는 수법으로 주가를 조작해 한국거래소의 감시망을 피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관계자가 라덕연 주가조작 수법에 대해 '클래식하다'고 표현한 이유다. 한국거래소는 라덕연 사태 이후 이상거래 적출을 위해 6개월(중기), 연간(장기) 기준을 신설했다. 기존 적출 기준은 100일에 불과해 장기간에 걸친 주가조작 사건을 잡아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서다.
한국거래소 시감위 관계자는 "라덕연 사태 이후 수개월 이상의 장기간에 걸친 주가 움직임에 대한 시장 감시 업무도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지난해 9월 중·장기 불공정 거래 적출기준을 신설했다"고 말했다.
라덕연 주가조작 사태는 의사 등 범행 가담자의 신분이 다양한 점도 특징이었다. 라덕연과 함께 시세조종에 가담했던 피의자 중에는 갤러리 관장, 의사, 회계사 등 전문직 종사자도 존재했다. 영풍제지 사건에서는 대규모 시세차익이 기대되자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조직에 가담해 피해를 키운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나아가 지능적으로 수사를 방해하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영풍제지 사건을 수사할 당시 총책이 주요 공범들의 변호인을 모두 선임하고, 이들을 통해 수사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했다. 처벌을 피하지 못할 것이란 판단이 서자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도주한 뒤 밀항까지 시도하다 결국 구속됐다.
한편 미공개정보 이용, 부정거래 유형이 점점 증가하는 점도 특징이다. 합법적인 투자조합을 설립한 뒤 자금사정이 어려운 코스닥 상장사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부정거래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경영권 인수를 이유로 무자본으로 회사에 입성한 뒤 전환사채(CB) 발행 등의 방식으로 대주주 지분을 불려 시세조종 등을 일삼고 있다. 유상증자 등을 통해 돈을 조달한 뒤 자회사에 투자하는 형태로 자금을 빼돌려 이를 편취하는 수법도 횡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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