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격전지]⑮ '0.73%' 기억하는 광산을…'이낙연은 배신자' VS '민형배 뭐했나'

이낙연 출마로 격전지로 부상한 광주 광산을
평균 연령 39.5세, 늘어난 부동층도 변수

"민주당 떠난 양반이 종로 가서 죽든지, 살든지 피가 터지게 싸워야지, 왜 여기 와서 (선거)하려는지 다들 뜨악(내키지 않아)합니다."(비아5일시장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이모씨·71세)

"찐명(진짜 친이재명)이라는 민형배 이 양반이 구청장 할 때 뭐 한 게 있습니까? 이곳 경제 싹 다 죽었습니다. 그냥 공천받아 여기서 당선되려나 본데, 이제 그런 거 쉽게 안 통할 겁니다."(택시 기사 최모씨·53세)

지난 13일 광주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대체로 광산을 두 후보에게 싸늘했다. 20대 대통령선거 이후 배신자 꼬리표를 달게 된 이낙연 후보, 이재명의 민주당이 탐탁지 않지만 그래도 '우리 당'이라며 친명 현역 지역구 의원인 민형배 후보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심경은 복잡한 듯했다. 이번 총선에서 광산을은 호남 지역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새로운미래'를 창당한 이 후보가 광산을 출마를 선언하면서다. 민주당에서 한솥밥을 먹던 전직 대표와 현 지역구 의원이 맞붙으면서 유권자들 역시 의견이 엇갈렸다.

지난 13일 광주 송정5일시장에서 주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이동우 기자)

광산구 수완동에 거주하는 현모씨(57)는 이 후보에게 반감이 컸다. 그는 "이재명이 대통령 후보로 나왔을 때 이낙연이 어떻게 했는지 여기 사람들은 다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선해서 떨어졌어도 이재명에게 힘을 실어줬으면 0.73%(포인트) 차이로 떨어졌겠느냐. 인제 와서 뽑아 달라니 기가 찬다"고 말했다. 송정 5일 시장에서 만난 최모씨(52)는 "(본인 지역구였던) 영광을 가든지, (도지사 하던) 전남을 가든지 할 것이지, 왜 광주를 택했는지 의문"이라며 "여기를(광산을) 만만하게 보는 것"이라고 냉랭하게 답했다.

그러나 이 후보에 대한 반감이 민 후보의 지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송정시장에서 청과물 상가를 운영 중인 이모씨(49)는 "물론 이곳에서 '우리 당'은 민주당이지만, 이재명의 민주당과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노무현의 민주당은 다르다"며 "민 의원이 당선된 후 이곳 지역 경제가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꼬집었다. 택시기사 최모씨(53)는 "민주당이라고 무조건 집토끼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이재명의 민주당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지금의 윤석열 정부에 대한 반감이 더 큰 것뿐"이라고 했다.

두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비판만 이어진 건 아니다. 비아5일시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72)는 "민 후보는 꾸준히 민주당을 지켜온 사람"이라며 "남들은 '위장 탈당, 꼼수 탈당'이라고 해도 검사들이 나라를 주무르는데 온몸으로 싸운 것 아니냐"라며 그를 옹호했다. 첨단 2동에 거주하는 주부 이모씨(38)는 "잘 모르지만, 국무총리까지 지낸 무게감 있는 후보가 우리 지역구에 와서 목소리를 내줬으면 좋겠다"면서 "지역이 안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중앙에서 잘 알려진 인물이 지역의 이슈를 많이 알려줬으면 한다"고 이 후보를 응원했다.

광산구 수완동 사거리에 걸린 더불어민주당, 새로운미래 현수막. (사진=이동우 기자)

줄어든 민주당 지지세…늘어난 부동층 변수

최근 변화하는 지역 표심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는 대목이다. 광주 광산을은 민주당의 주요 텃밭으로 그동안 많은 진보 정치인을 배출한 것이 사실이다. 지난 19대 총선에선 이용섭 민주통합당 후보가 황차은 통합진보당 후보를 꺾었고, 권은희 전 국민의힘 의원은 2014년 상반기 재보궐선거, 20대 총선에서 각각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의당으로 내리 승리했다. 21대 총선에선 민 의원이 노승일 민생당 후보를 상대로 당선됐다. 20대 대선 때는 이재명 당시 후보가 윤석열 후보를 70%포인트 넘게 앞섰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민주당에 대한 호남(광주·전라)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 지난 15일 여론조사업체 갤럽이 공개한 여론조사(자체 조사·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 대상·무선 100%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에 따르면 호남(광주·전라)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지난달 27~29일 조사(53%) 대비 지지율이 5%포인트 하락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 지지세가 줄어든 반면 무당층은 20%대로 크게 늘었다. 민주당이라고 무조건 당선을 확답할 수 없다는 얘기다. 호남 유권자들은 앞선 총선에서도 제3지대를 지지한 경험이 있다. 권 전 의원의 당선이 대표적이다. 20대 총선에서 당시 안철수 의원이 이끈 제3지대 국민의당 돌풍을 일으키는 데 사실상 호남 유권자들의 지지가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완동에서 근무하는 은행원 김모씨(33)는 "무조건 민주당이라고 투표할 것 같진 않고, 정책도 보고, 사람도 보고 실질적으로 지역에 도움이 되는 사람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 평균연령 39.5세…청년층 표심이 관건

광산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청년층 역시 주요 변수다. 광산구 주민 평균 연령은 39.5세다. 광산을에는 특히 첨단 1, 2동이 있다. 20·30세대의 표심을 잡아야 총선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아지는 셈이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19일 이 후보가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학생들과 만나 청년들의 애로사항 등을 청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지역 공약으로 △군 공항 이전 △인공지능(AI) 2단계 사업 지원 △광주·전남 협업 지원 등을 언급했다. 그는 "저의 운명을 광주 시민 여러분께 맡기겠다"며 "제 인생을 광주 시민 여러분의 명령에 따라 살겠다"고 말했다.

민 후보는 지역 공약으로 광주와 광산 발전을 위한 AI·미래차 산업 중심의 생산 기반 확충을 내걸었다. 구체적으로 AI 기술 기본법 제정을 통해 첨단 3지구 AI 집적단지 2단계 사업을 유치하겠단 구상이다. 또 자동차·에너지·헬스케어·반도체 등 광주의 AI 핵심 전략 산업 육성으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고 미래차 국가산단·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활성화 등도 추진한다. 민 후보는 "골목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고 양질의 일자리 확보도 추진할 것"이라며 "특히 지역 청년 일자리 보장 제도를 정비해 기업 고용 촉진에 따른 청년 채용 기회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정치부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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