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총리, '전재산 기부' 김밥할머니 별세에 애도…'발자취 기억'

한 총리 "나눔으로 행복 얻는 분"

한덕수 국무총리는 14일 50여년 간 김밥을 팔아 모은 전 재산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해 '김밥 할머니'라고 불린 고(故) 박춘자 할머니에 대해 "국민에게 온기를 나눠주고 가신 고인의 발자취를 오래 기억하겠다"고 애도를 표했다.

한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생전 고인의 활동을 전하고 고인의 부고를 접하고 숙연했다며 "나눔으로 행복을 얻는 분이셨다"고 애도했다.

이어 "고인은 친자식은 없었지만, 고인을 '엄마'라고 부르는 사람은 열한 명이나 됐다"며 "오갈 데 없는 지적 장애인들을 여러 해 동안 자식처럼 거두어 기르신 덕분"이라고 적었다.

밥을 팔아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하고 40년간 장애인을 위해 봉사해온 박춘자 할머니가 지난 11일 별세했다. 박 할머니는 마지막까지 월세 보증금을 기부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초록어린이재단에 따르면 1929년 태어난 박 할머니는 10살 무렵부터 경성역(현 서울역)에서 일본 순사의 단속을 피해 김밥을 팔았고, 홀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중학교 1학년 이후 학업을 잇지 못했다.

이혼과 사업 실패를 겪은 후인 1960년 무렵에는 남한산성의 버려진 움막에서 김밥을 다시 팔아 김밥 가게를 차렸고, 성남 구 시가지에 사뒀던 집값이 올라 목돈을 손에 쥐었다.

이후 본인의 불우한 환경을 거울삼아 남을 돕고자 마음먹고 가정 형편으로 공부를 할 수 없는 학생들을 돕고자 2008년 초록어린이재단에 3억3000만원을 기부했다.

같은 해 박 할머니는 장애인 거주 시설인 ‘성남작은예수의집’ 건립에 써달라며 3억원을 수녀원에 기부했다. 2011년에는 어려운 해외 아동을 위해 써달라며 10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또한 40년간 지적장애인들을 돌본 그녀는 김밥 장사를 그만둔 후 모은 돈으로 상가를 샀고, 상가에서 나온 수익으로 지적장애인 11명을 손수 길렀다.

박 할머니는 살던 월셋집을 나와 지난 2021년 사회 복지 시설로 들어갔고, 유언으로도 월셋집 보증금 기부도 약속했다.

앞서 LG복지재단은 2021년 9월 박 할머니에게 LG의인상을 수여했고, 당시 받은 상금 5000만원도 기부했다.

정치부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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