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민기자
시중은행이 인터넷은행이 내놓은 혁신적인 상품을 따라서 출시하고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인터넷은행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나은행이 지난 11일 ‘달달 하나통장’을 출시했다. 이달 21일부터 가입 가능하다. 이 통장은 급여통장으로 지정(연 1.90%)하고, 올해 12월 31일까지 가입(연 1.00%)하면, 200만원까지 최대 연 최대 2.9% 금리가 적용된다. 타행으로 이체하는 모든 수수료와 ATM 현금인출 수수료까지 전부 무료다.
이 상품은 특히 지난해 8월 출시한 케이뱅크의 ‘생활통장’과 비슷하다. 이 통장에 300만원 이하 금액을 넣을 경우 연 3.00% 금리가 제공된다. 달달 하나통장과 같이 모든 수수료가 면제된다. 5개월 만에 100만좌가 개설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구독료 돌려받기’ 이벤트를 지난 1월까지 진행했다. 월 평균 잔액 300만원을 유지하면 쿠팡 와우 멤버십(4990원) 또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4900원) 월 구독료가 무료다. 이 혜택까지 가지고 있다면, 300만원을 통장에 넣을 경우 연 3% 이자와 월 구독료를 합해 연 5%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수시입출금 통장에 파격적인 금리를 처음 제공한 곳은 토스뱅크다. 2021년 출범 당시 통장을 개설하면 아무 조건 없이 연 2.0% 금리를 제공했다. 다음 해에는 연 2.3%까지 금리를 올렸고 5000만원 초과 금액에 대해선 연 4% 금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현재는 연 금리 2.0%로 운영하고 있지만, 매일 이자가 쌓여 복리로 계산되는 ‘나눠모으기 통장’을 지난달 출시했다. 은행권 최초로 매일 이자가 자동으로 지급된다. 만약 1억원을 예치한다면 매일 세전 약 5400원 상당의 이자가 쌓인다. 소비자 반응도 좋다. 출시 7일 만에 통장 잔액이 1조원을 돌파했다.
시중은행이 인터넷은행과 유사한 상품을 내놓은 선례는 많다. 모임통장과 환전수수료 무료 정책이 대표적이다. 카카오뱅크는 금융권 최초로 2018년부터 모임통장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어 토스뱅크가 지난해 2월 모임통장을 출시했다. 뒤이어 KB국민은행이 그해 5월 기존 통장 그대로 사용하면서 모임통장을 운영할 수 있는 ‘KB국민총무서비스’를 내놨다. 이후 케이뱅크와 하나은행의 모임통장 출시가 지난해 말까지 이어졌다.
환전수수료 무료 정책도 마찬가지다. 하나금융지주가 트래블로그 카드를 2022년 처음 출시해 인기를 끌자 토스뱅크는 올해 외화통장 서비스를 출시했다. 환전 수수료 평생 무료로, 국내 금융사 최초로 17개국 통화를 24시간 내내 환전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결국 신한은행이 지난달 ‘SOL트래블 체크카드’를 출시했고, 하나은행은 체크카드 발급처를 전국 영업점으로 확대했다.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은 다음 달까지 관련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시중은행은 인터넷은행에 수신 고객을 뺏기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올해 2월 말 기준 총수신금액에서 요구불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1%다. 2022년(39.1%)과 지난해(32.2%) 2월과 비교했을 때 하락했다. 2022년 2월과 비교했을 때 총수신 금액은 약 10% 증가했으나 요구불예금은 약 12% 감소했다. 요구불예금이란 입출금이 자유로운 통장이며 이자를 거의 주지 않는다. 급여통장으로 주로 활용된다. 은행은 요구불예금을 통해 이자 비용은 덜면서 대출을 내주며 자금을 확보한다. 수익성 확보의 원천인 것이다.
반면 인터넷은행 1위 카카오뱅크의 요구불예금은 2022년 4분기 20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26조1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전체 수신금액 중 요구불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5.3%로, 5대 은행 비중보다 약 20%포인트가량 많다. 이 같은 저원가성 예금을 기반으로 대출 금리를 과감히 낮춰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메기’ 역할까지 하고 있다. 지난 1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대출 갈아타기로 유치한 주담대는 5722억원이다. 3212억원을 기록한 5대 시중은행보다 2500억원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