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경기자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대거 병원을 이탈한 가운데 정부가 진료 공백을 막기 위해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에게 의사 업무 일부를 대신하게 하고 있다. PA 간호사가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아예 지난달 27일부터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을 시행, 이를 통해 PA 간호사에게 의사 업무 중 일부를 맡긴 것이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대하며 집단 사직한 전공의 수가 1만명을 넘은 가운데 지난 2월26일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열린 '진료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에 참가한 현직 간호사가 비정상화된 의료 현장에 대해 성토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PA 간호사는 병원 내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고 인건비를 절감할 목적으로 의사 면허 없이도 의사로서 가능한 업무 중 일부를 위임받아 진료보조를 수행하는 인력을 일컫는다. 의사의 수술을 보조하기 때문에 '수술실 간호사' 또는 '임상전담간호사'라고도 불리며, 처방을 내리거나 진단서를 작성하는 일, 의료 시술 등의 업무도 할 수 있다. 의사 면허가 없는 무면허 인력이라는 점에서 'UA(Unlicensed Assistant)'라고도 하며, 일부 병원에서는 의사의 지시를 받고 일한다는 뜻에서 '오더리(Orderly)' 또는 '테크니션(Technicia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PA 간호사는 의사 업무를 일부 수행한다는 점에서 진료보조 업무만을 하는 일반 간호사와는 구별된다. 국내에서는 2000년 초부터 필수과에 전공의가 부족해지자 각 병원에서 관행처럼 간호사, 응급구조사, 간호조무사 중에서 PA 간호사를 뽑아 배치해 왔다.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현재 전국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PA 간호사는 1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반면, 미국이나 영국, 캐나다 등 해외에선 PA가 국가 면허로 관리되면서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미국은 일정 시간의 교육과 인증을 받은 PA 간호사가 의사의 감독 아래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 계획을 세워 약물 처방을 포함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영국의 경우 우리와 비슷하게 전공의의 근무시간을 줄이면서 발생한 진료 공백과 지역의 의사 부족 사태 등을 해결하기 위해 PA 간호사가 도입됐다.
최근 한 달 가까이 전공의 파업과 집단 사직이 이어지고 PA 간호사들이 전공의 업무를 떠맡게 되면서 이들 또한 업무 과중과 피로 누적 등을 호소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빠져나간 전공의를 대신해야 하는 PA 간호사의 업무가 과도하게 증가해 주 52시간 이상을 근무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며 "PA 업무 폭증으로 인한 과로는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무분별한 의사 업무 대체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